- 비용 줄이려 재난 예방체계 방관

- 안전 문제는 엄격하게 규제해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는 그동안 대한민국이 안전에 쏟아온 노력이 물거품이었음을 증명했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70년 남영호,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을 겪고도 안전 분야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불과 두 달 전 1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전행정부'로 부처 명칭을 바꾸며 '안전 대한민국'을 국정 최고의 가치로 삼았지만 헛구호였다.

이번 사고는 전 국가적 재난 예방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못해 빚어낸, 전형적힌 후진국형 대형참사로 지적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에서 일어날 성격의 사고는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20년 전 서해 훼리호 사고 당시와 달라진 게 없는 재난 예방 체계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대형재난의 공통점은 비용을 줄이려고 위험한 상황을 내버려뒀고, 기관 간 정보 공유가 안 됐으며,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를 키웠다. 지역 건설 관련 민·관·학계 인사로 구성된 부산미래건설포럼의 조복래 사무총장은 "우리는 그동안 단기간 결과에 만족하고 과정을 소홀히 하면서 재난 예방 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다.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식으로 일관한 탓에 수십 년이 흘러도 사회 전체 안전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이상이 없으니까 하던 대로 하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운사나 항공사 등 많은 인명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업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매뉴얼을 강화하는 데만 그칠 게 아니라, 그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방재연구실장은 "이번 사고는 효율적인 것만 생각하다 보니 '이런 것은 대충 넘어가도 되겠지'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체로 퍼지면서 안전 의식 부재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최근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지만 안전 문제만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효율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평상시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출항을 금지하거나 선장의 항해 면허를 취소하는 등 엄격한 규제 시스템이 작동했더라면 이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