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오는 23일 정부 예산안 국회 제출을 앞두고 내부 심의안을 마감한 결과, 부산의 안전 관련 주요 사업에 국비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예산을 대거 투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역민의 안전은 뒷전 취급을 받고 있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기재부 예산 심의에서 시의 주요 국비 확보 1·2순위인 도시철도 노후안전시설물 교체와 소방장비 현대화 사업의 예산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일주일의 여유가 있는 듯 보이지만 앞으로 정부 내 결재 등의 절차만 남아 있어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는 노후 전동차량과 통신망, 변전설비, 소방설비 등 교체에 총 8856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분으로 1091억 원의 국비를 신청했다. 시는 또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소형 헬기를 다목적 중형 헬기(대당 200억 원)로 교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38억 원의 국비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부산은 초고층 건물이 전국에서 가장 많고, 잦은 산불 등에 대처가 미흡해 중형 헬기 도입이 시급하다. 하지만 부산에는 낡은 소형 헬기만 2대(1992년, 1997년 도입) 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도시철도를 신설할 때 국비를 지원했지만, 전동차 교체 등에는 국비를 지원한 전례가 없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헬기 교체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지자체에는 헬기가 1대도 없다며 외면하고 있는 상태다.

시는 정치권에서 안전 관련 문제가 부각된 상태여서 국회에서 예산이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지역 정치권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노후 전동차 교체 문제는 서울시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회의원들에게 안전 문제에 관심을 보여달라고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는 국가적 화두인 안전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의대 류상일(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올해도 드러내고 있다. 안전 사고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예산의 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재부는 지역 주요 현안인 부산역 일원 철도시설 재배치와 방사성동위원소 융합연구 기반 구축, 국제영상콘텐츠밸리 조성,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등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어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