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운영주체도 안 정해져

- 시설 연내 개관 어려울 듯

500억 원 넘게 들여 건립한 '일제강제동원기념관'이 부실 공사와 운영주체 미확정 등으로 연내 개관마저 어렵게 됐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대일항쟁위)는 현재 기념관의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부실 공사에다 지난 8월 말 폭우 피해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 당곡공원 내 기념관 건물은 지난 5월 15일 준공됐다. 원래 국·시비 522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2년 말 개관하는 게 목표였으나,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준공이 1년 6개월가량 늦어졌다. 준공 후에는 각종 관람시설 설치, 전시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20일 찾은 기념관은 겉보기엔 언제라도 개관할 수 있어 보였다. 면적 1만2062㎡에 지하 4층, 지상 3층 규모로 웅장함을 뽐냈다. 그러나 곳곳에서 부실 공사 흔적이 드러났다. 건물 옥상은 파란 천막으로 덮여 있었는데, 천막을 걷어내자 움푹 팬 구덩이가 나타났다. 이 탓에 바닥에 깔아놓은 보도블록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날 비가 내렸지만 배수로에서 물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빗물이 군데군데 고여있기도 했다. 배수로 주변 건물 외벽은 일부 깎여나간 상태였고 주위에는 보도블록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 전시품을 모두 배치해 놓은 상태에서 건물 내부 천장에는 결로 현상까지 생겨났다.

이에 대해 대일항쟁위 관계자는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 당시 건물 옥상에 물길이 생기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24일까지는 보수공사를 마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수공사가 끝나도 기념관을 관리하고 운영할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개관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애초 기념관 관리와 운영은 안전행정부 산하에 재단을 설립해 맡길 예정이었다. 지난 6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설립하고, 재단 정관에 기념관을 운영한다는 조항도 넣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재단에 관리를 맡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대일항쟁위 관계자는 "항쟁위는 기념관의 건립까지만 책임진다. 보수공사와 전시 준비 등을 마치면 운영 주체 선정 등 일체 업무는 안행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