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공사 민간위탁 유력설

- 일부 "고임금 낙인 억울" 항변
- 인맥 동원 "도와달라" 읍소도
- 4월 30일 구체적 쇄신안 발표

부산시가 지난 29일 '시정 경영진단 용역' 2차 보고회에서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통폐합을 포함한 고강도 조직개편을 예고하면서 이들 기관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용역 결과 대표적 문제 사례로 지목된 일부 기관은 조직의 존폐까지 걱정하며 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는 경영진단팀(용역사)과 함께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착수했고, 오는 4월 30일 확정된 안을 발표한다.

■숨죽인 21개 시 산하기관

30일 A공사 직원들은 용역 보고회에서 최우선 쇄신 대상으로 찍힌 것을 억울해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용역이 A공사 개편 근거로 제시한 '전국 유사 기능의 공기업 중 인건비 1위, 부대사업 꼴찌'라는 지적이 왜곡됐다는 논리다.

A공사 과장급 간부는 "조직 슬림화를 위해 최근 신입 직원을 거의 뽑지 않아 상대적으로 고연봉자 비율이 높아졌다. 내년 100명가량이 퇴직하면 자연스레 평균 연봉이 내려갈 것"이라며 "수익을 내는 부대사업 비중이 낮은 것도 시민 안전과 직결된 시설 개선에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B공단은 선제적으로 자체 조직개편을 구상하고 있다. 어차피 '외부의 힘'에 의해 조직이 바뀔 거라면, 차라리 '스스로 힘'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시의 용역과 중복돼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다, 지난해 말부터 이사장 교체설도 나도는 상황이어서 B공단은 술렁이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참에 덩치가 큰 C공단과 통폐합해 인력에 숨통을 트고, 업무 범위도 넓히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 B공단 팀장급 간부는 "밖에서 들여다보는 것보다 내부에서 직접 판단하는 게 더 정확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시가 진행 중인 작업의 윤곽조차 알 수 없어 직원 대부분이 '궁금증 반, 근심 반'이다"라고 전했다.

시의 용역에서 통합 대상 '꼬마 기관'(인력 30명 이하)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꾸준히 기능 조정 얘기가 나왔던 D기관은 더 뒤숭숭하다. 이미 내부에선 "이러다 조직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D기관은 발 넓은 직원을 활용해 시 안팎의 인사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는가 하면 "도와 달라"며 읍소하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 논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E공사 역시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봐 숨죽이고 있다. E공사 고위 간부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인적 쇄신을 비롯해 산하 기관 개혁은 예상됐던 일"이라면서도 "서 시장의 정확한 의중을 알 수 없으니 조마조마한 마음이야 누구나 다 같다"고 했다.

■말 아끼는 서 시장…노조 반발 우려

서 시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말을 아끼고 있다. 용역 보고회에서도 "산하 기관 경영혁신이 가장 중요하다"(서울대 김준기 교수), "시민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 산하 기관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서 시장의 성과가 결정될 것이다"(동국대 곽채기 교수), "인력이 적다고 통폐합한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신라대 박재욱 교수) 등 산하 기관 쇄신에 대해 바람과 염려가 동시에 쏟아졌지만, 서 시장은 에둘러가며 분명한 답변을 피했다.

시도 각 산하 기관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시가 밝힌 공사·공단, 출연·출자기관 혁신 방향은 크게 ▷민간 위탁 또는 매각 ▷소규모 조직 통폐합 ▷기관별로 나뉘어 있는 유사 업무 통합 등 세 가지다. 민간 위탁 대상으로는 부산관광공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직 통폐합과 유사 업무 통합은 연결돼 있다. 도로·체육·공원·일자리·여성·글로벌·문화·시장(市場) 등 많게는 다섯 개 기관이 따로 관리하는 업무를 하나로 묶고, 이 과정에서 단독 기관으로 남기엔 규모가 작은 곳을 통폐합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조유장 비전추진단장은 "시정혁신본부와 경영진단팀이 안을 만들면 각 담당 부서가 단계적으로 실행할 것"이라며 "산하 기관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시 재정 건전화와 시민 서비스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