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엽총 난사로 4명이 숨진 경기도 화성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파출소 보관하던 엽총 출고 후
- 다툼 잦던 형 부부 찾아가 총격
- 70대 용의자 유서 남기고 자살
- 현장 출동했던 경찰관도 희생

세종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만에 경기도 화성에서 또다시 4명이 사망하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화성서부경찰서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30분께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한 단독주택단지에서 전모(75) 씨가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전 씨의 형(86)과 형수 백모(84) 씨, 남양파출소장 이강석 소장(43·경감) 등 3명이 사망했으며, 범행을 저지른 뒤 전 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사건은 전 씨가 이날 오전 8시20분께 파출소를 방문해 "내일(28일)로 수렵기간이 끝나니 경찰서에 입고하겠다"며 사냥용 엽총(12구경 이탈리아제 엽총·Fabarm) 1정을 출고하면서 시작됐다. 전 씨는 총을 들고 형이 사는 집으로 찾아가 형과 형수를 총으로 쐈다. 피해자 부부의 며느리 정모 씨는 탈출을 위해 2층에서 뛰어내린 뒤 경찰에 "작은아버지(전 씨)가 집에 찾아와 시부모를 협박하고 엽총을 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화성서부경찰서 남양파출소 소속 이 소장과 이모 순경이 현장에 도착해 출입문을 열고 진입하려고 시도하자, 전 씨가 사냥용 엽총을 발사하며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 씨를 설득하려고 재차 진입을 시도한 이 소장은 전 씨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이 소장은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았으며, 실탄이 든 권총이 아닌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현장 앞에 세워진 용의자 전 씨의 에쿠스 승용차 조수석에서는 편지지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 씨가 평소 술을 먹고 형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잦았다는 주변인 진술이 나왔다"며 "이날 아침에도 형 부부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다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5일에는 세종시에서 강모(50) 씨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여성의 가족 등에게 엽총을 쏴 3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