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자가 '업무용'신고해야
- 일반용 요금으로 바꿔줘
- 절차 몰라 최고 4배 내기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주상복합아파트 C오피스텔에서 컨설팅 회사(면적 162㎡)를 운영하는 양모(53) 씨는 지난해 7, 8월 두 달간 나온 전기요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200만 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양 씨는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8개월분 전기요금을 확인한 결과 자신의 오피스텔에 아파트 등 일반 주택에 적용되는 주택용 요금이 부과된다는 것을 알았다.

건축법상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은 일반용 전기요금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용으로 계산하면 이 기간 248만 원이 부과돼야 했지만 실제 그가 부담한 것은 4배에 달하는 996만 원이었다. 양 씨는 23일 "한전이 국민을 속여서 수익을 내서야 되겠느냐"고 분개했다.

한전이 건축법상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에 일반용 전기 요금이 아닌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요금을 부과하면서 시비가 발생하고 있다. 한전은 2011년 7월부터 모든 오피스텔에 주택용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오피스텔이 비록 건축법상 업무시설이지만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곳이 많자 아파트 등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주택용 요금을 부과한 것이다. 단, 실제로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은 증빙서류 등을 갖춰 신고하면 값싼 일반용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엄연히 업무시설이다. 따라서 전기요금도 일반용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만 예외로 판단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는 반대로 모든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보고 업무용을 예외로 처리하면서 말썽이 되고 있다. 주택용 요금이 일반용보다 최고 4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기요금 폭탄'에 직면하고 있다. 여러 대의 컴퓨터와 냉난방 장치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업무 특성상 주택보다 전기 사용량이 월등히 많은 데다 당연히 업무용 적용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 전기요금의 부당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소규모 건물의 오피스텔은 한전과 직접 계약하지만 대규모 단지의 오피스텔은 관리실을 거쳐 1년 단위로 계약한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관리실에서 신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한전의 이런 태도에 시민단체들은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비난했다. 부산YMCA 오문범 기획실장은 "건축법상 업무용인 시설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지 확인할 의무는 한전에 있으며, 공기업은 한 명의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적절한 보상은 물론 시스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