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돌린 자금으로 어선 구매
-거짓대출·어대금 송금 수법
-부산세관, 선사 대표 등 송치

해운·원양 업계에 소문으로 떠돌던 남태평양 유령조업을 통한 역외 탈세가 사실로 드러났다. 비자금으로 구매한 어선으로 비밀 조업한 뒤 수백억 원의 어대금을 해외 유령회사로 빼돌린 해운업계 일당이 관세 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부산세관은 허위 취득 자금으로 배를 몰래 구매해 비밀 조업한 뒤 어대금을 해외 비밀계좌로 빼돌린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국내 A 냉동운반선사 대표 최모(52) 씨와 상무이사 이모(47) 씨 등을 부산지검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최 씨 등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냉동 운반선을 빌려준 뒤 받는 용선료를 국내 수취하지 않고 해외 계좌로 보내거나 구매할 선박 가격을 부풀려 은행으로부터 거짓 대출받은 혐의다. 또 가공의 운임을 해외 계좌로 송금받는 등 방법으로 총 180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비자금으로 참치연승선 5척과 벌크선 4척을 구매했으며, 이들 배는 부외자산(회계장부에 등재되지 않은 유령자산)으로 관리됐다. 이들은 이렇게 해서 정부 원양조업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조업했으며, 세금을 내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했다.

비자금으로 산 배는 피지 투발루 등 남태평양 수역 내 고급 횟감용 참치 조업에 투입돼 213억 원어치의 어대금을 벌었다. 이 돈은 또다시 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비밀계좌로 송금됐으며, 이런 수법으로 총 3700만 달러(한화 393억 원)의 비자금이 국외로 유출됐다.

세관이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확인한 결과 전체 393억 원 중 110억 원 상당이 부외자산 선박 구매에 사용됐다. 또 일부는 싱가포르 현지에서 40여 차례 외화 현찰(76억 원 상당)로 출금돼 19억 원가량이 국내 남대문 암달러상을 통해 불법 환전된 뒤 최 씨의 채무 상환에 쓰였다. 세관은 나머지 자금의 사용처도 추적 중이다.

해운업계 특성상 자금 추적이 어려운 해외에 유령회사를 설립하면 역외 탈세와 비자금을 조성하기 쉽다. 세관 관계자는 "풍문으로만 떠돌던 비밀 원양어업의 역외 탈세 실체가 처음 드러났다"며 "업체 외환 거래, 선박 수출입·입출항·매매 자료를 바탕으로 국부 유출을 계속 추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