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자인 의료법인 이사장
- 느헤미야 대표와 동일인

인권 유린의 대명사로 각인된 옛 형제복지원의 재산 환수 폭이 크게 낮아지게 됐다. 옛 형제복지원을 인수한 느헤미야 법인의 핵심 재산인 온천 건물이 법인 대표가 소유한 별도 재단을 통해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법인 해산을 확정판결하기 불과 열흘 전에 경매가 진행돼 해당 법인이 청산을 앞두고 재산 지키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부산지법은 지난달 4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사상해수온천의 경매 개시가 결정돼 경매가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채권자는 백양의료재단이며, 청구액은 총 142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사상해수온천은 느헤미야 법인의 핵심 재산이자 수익 사업지로 분류된다. 감정평가 업계에 따르면 해당 건물의 감정가는 150억 원대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 법인 총자산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문제는 채권자인 백양의료재단이 느헤미야 법인 대표 A 씨와 동일인이라는 점이다. 백양의료재단은 2005년 A 씨가 발기인으로 참여해 감정가 2억3712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의료법인이다. 사실상 A 씨가 이 의료재단의 이사장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온천 건물주와 채권자가 같아 경매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느헤미야 법인이 시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은 시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확정판결했다. 2014년 6월 시가 복지사업법 위반으로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 당시 느헤미야 법인은 "법인 취소 사유인 횡령은 과거 느헤미야의 대표였던 박인근 씨 부자의 개인적 비리일 뿐 법인의 비리라고 보기 힘들고, 새로운 이사진이 법인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어 법인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다.

이에 따라 시는 법인 청산 절차에 들어가 오는 22일까지 법인해산을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관할 법원에 청산인 해임 및 선임을 청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온천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청산 자산에서 빠지게 돼 환수 대상 재산이 많이 줄어들게 됐다. 시 관계자는 "재산 환수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는 몰라도 도덕적으로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행태"라며 "시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일지

▷1960년 형제육아원 설립

▷1986년 부산지검 울산지청 내사 시작

▷19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 등 구속. 형제복지원 폐소, 원생 전원 퇴소

▷1991년 중증장애인 요양원 '실로암의 집' 개원

▷2013년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출범

▷2014년 느헤미야재단으로 법인 명칭 변경. 시, 느헤미야재단 인가 취소

▷2015년 느헤미야 법인인가 취소 및 해산명령 처분 취소 소송서 부산시 승소

▷2016년 느헤미야 법인인가 취소 및 해산 명령 정당 대법원 확정판결

송진영 최승희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