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육·학대 구별 부모교육 절실
- 이혼 등 가족해체 부담도 원인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스트레스를 억제하지 못해 벌어지는 아동학대가 가족살해 등 엽기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만큼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보육시스템을 마련하고 부모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5년 전 학대 끝에 숨진 4세 의붓딸을 암매장한 혐의로 계부 안모(38) 씨를 지난 19일 검거했다. 안 씨는 2014년 아내인 한모(36) 씨가 딸이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찬물에 머리를 박게 하는 과정에서 숨지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한 씨는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지난해 12월 아버지와 계모의 학대를 피해 도망친 11세 소녀가 발견된 사건을 시작으로 끔찍한 아동학대 사례가 잇달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뒤 냉동 보관하던 부모가 적발되는가 하면, 여중생 딸을 사망하게 하고 백골 시신을 방치한 목사가 붙잡혔다. 또 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다가 숨지자 시신을 암매장한 아버지와 계모가 검거됐다.

부산에서도 아동학대 신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3년 427건, 2014년 800건, 지난해 899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학대 신고의 80%는 부모가 가해자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의 주원인으로 양육 스트레스를 꼽고 있다.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 신은주 아동보호팀장은 20일 "예전에는 아이를 낳으면 조부모나 지역 공동체에서 아이를 함께 돌보며 양육 부담을 덜어줬지만 요즘 가족이 해체되고 뿔뿔이 흩어지면서 준비가 덜 된 부모가 자녀 양육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아이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부산대 문선화(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아동 학대의 주된 원인은 양육 스트레스로 볼 수 있는데, 아직도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여겨 학대가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부모가 회사에서나 자녀를 기르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자신의 소유물인 자녀에게 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부모 교육 과정'을 최근 신설해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도록 '감정 코칭'을 가르치고 있다.

강향운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장은 "학대받은 아동을 구출하는 것보다 사전에 학대를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 교육을 통해 부모가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대 이성철(사회학과) 교수는 "부모가 받는 심리·경제적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는 보육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호걸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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