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드론을 이용해 찍은 벚꽃 동영상 캡쳐. 독자 박종민 씨 제공

직장인 김현(54·부산 금정구 구서동) 씨는 7일 경남 하동군에 사는 친구에게서 카톡을 받았다. 친구가 보내온 동영상은 지난 4일 만개한 하동 십리벚꽃길을 차량용 블랙박스로 촬영한 것이다. 김 씨는 "친구가 출근길에 찍은 동영상이라는데 웬만한 고급 카메라로 찍은 것보다 훌륭한 영상이었다"며 "올해는 시간이 없어 벚꽃놀이를 즐기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그 영상으로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져버린 벚꽃을 동영상으로 공유하며 위안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차량용 블랙박스나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벚꽃 동영상이 카카오톡·밴드 등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성능이 점차 발전해가는 차량용 블랙박스는 이미 벚꽃 길을 촬영하는 '카메라 차'가 된 지 오래다. 블랙박스는 풀HD급 고화질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각렌즈를 사용하는 차량용 블랙박스의 특성상 넓은 화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블랙박스로 촬영한 벚꽃 동영상을 고교 동창 밴드에 공유했다는 이성길(55·해운대구 반여동) 씨도 "차에서 내리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스스로 촬영되고 저장되기 때문에 꽃놀이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드론을 활용해 벚꽃을 항공 촬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박종민(48·경남 창원시) 씨는 지난 4일 드론 동호회 사람들과 부산 북구 화명동 둑길을 찾아 낙동강 변으로 길게 늘어선 벚꽃을 촬영했다. 지난 2일 금정구 다목적광장에도 총 3개의 드론 동호회가 벚꽃 전경을 담기 위해 모였다. 금정드론동호회 이태종(36·장전동) 씨는 "벚꽃놀이를 즐기고 항공 촬영도 하기 위해 동호회 봄 야유회 장소를 다목적광장으로 잡았다"며 "벚꽃을 촬영한 동영상을 밴드에 올렸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