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구 청사 이전 놓고
- 배덕광·하태경 양측 갈등
- 구의회 편 나눠 논리 대변

부산의 기초의회가 20대 총선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들에 휘둘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 기초의회는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기존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의정활동까지 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초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인 민의 수렴을 저버리고 국회의원 당선인만 쳐다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장군의회는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수질검증위원회'(검증위)를 구성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보류했다. 이는 '해수담수화 수돗물 논란과 관련, 군의회가 중심이 돼 수질 조사에 나서겠다'는 취지이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결의안은 새누리당 윤상직 당선인이 군의회에 요구하면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 군의원은 24일 "윤 당선인의 의지가 크고, 의원 상당수도 동의한다"며 "부산시의 검증을 믿을 수 없어 객관적인 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주민들은 군의회가 견지해온 해수담수화 수돗물의 정책 기조와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군의회는 그동안 주민 편에서 시의 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을 견제했다. 담수화반대대책협의회에는 김정우 의장 등이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한 주민은 "군의회가 지난 3월 주민투표에서 담수화 물 공급의 반대표가 90%에 육박한 것을 모를 리 없지 않으냐. 주민 뜻을 잘 알고도 윤 당선인의 꼭두각시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반대주민대책위 김세규 집행위원장은 "시가 강조하는 게 '주민 동의 후 물 공급'이다. 주민의 대표인 군의원들이 윤 당선인의 지침을 받고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놓으면, 시는 주민이 동의한 것으로 보고 물을 공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의회는 다음 달 중순 이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해운대구의회는 새누리당 의원끼리 맞서면서 둘로 쪼개졌다. 이번 총선 이후 배덕광·하태경 국회의원이 구청사 이전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부터다. 너나 할 것 없이 지역구 국회의원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반여·반송·재송동'이 지역구인 배 의원 측은 15년의 숙원사업임을 내세워 청사 이전을 촉구하고 있고, 좌·중·우·송정동의 하 의원 측은 기존 상권 붕괴를 우려하며 대립하고 있다.

서창우(좌동) 구의원은 "청사가 이전하면 주변 자영업자가 몰락한다. 수백억 원대 이전 기금도 확보되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밝혔고, 이문환(재송동) 구의회 의장은 "현 청사 근처는 이미 활성화됐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재송동 쪽으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에 해운대구는 "중립을 유지한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기초의원이 국회의원·당선인에 휘둘리면서 정작 주민은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은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갖고 기초의원을 쥐락펴락할 수 있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지역의 조화로운 발전과 민심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무기로 기초의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회의원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