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방문 교사 생활을 하던 유부남 김모(35) 씨는 리스로 외제차를 굴리며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동호회에는 전문직이 많았고, 김 씨는 얼떨결에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의사'라고 속였다.

김 씨의 사기 행각은 직업을 속이면서 시작됐다. 2004년 결혼해 아이까지 둔 유부남이던 김 씨는 같은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요가강사 A(여·27) 씨를 소개받았다.

학습지 교사도 그만 둬 무직인 상태인 김 씨는 이후 A 씨를 차근차근 속여 나갔다.

김 씨는 A 씨에게 유력 재벌가 오너의 장인인 유명 대부업체 회장의 혼외 외손자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라고 속였다. 또 잔고 62만 원의 통장을 포토샵으로 교묘히 위조해 118억 원 통장으로 탈바꿈시켜 A 씨에게 보여줬다. 위조한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만들어 청담동에 신혼살림을 할 40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김 씨의 거짓말은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물려받은 유산은 수백억 원대라고 속여가며 전문 대여 업체에서 수시간 동안 빌린 고급차로 재력을 과시했다. 업체 측에는 차를 가져다 줄때 자신에게 '도련님'이라고 불러줄 것을 미리 요청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김 씨와 A 씨는 결혼을 전제로 1년 6개월 동안 교제를 이어갔다. 역할대행 전문 사이트에서 부모 역할을 해 줄 사람을 미리 고용해 상견례까지 마쳤다.

A 씨는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예물 명품 시계 구입비와 예단비 등의 명목으로 김 씨에게 돈을 줬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작년 4월 결혼식을 하자며 청첩장까지 만든 김 씨는 결혼 2주 전 갑자기 어머니가 위암수술을 한다는 등의 핑계로 결혼을 미루다 범행이 들통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김 씨를 25일 구속했다. 또 김 씨에게서 돈을 받고 재력가 부모 행세를 하며 범행을 도와준 김모(59) 씨와 이모(6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