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혜 대가로 퇴직후 업체 취업
- 사업수주 로비 '관피아' 역할도

울산지역 공직사회에 사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 등 각종 공사 과정에서 공무원과 설계용역업체 사이에 상습적으로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조만간 관계자들을 소환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14일 울산시와 울산지검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시 종합건설본부와 지역 내 설계용역업체 등 4, 5곳을 압수수색해 설계변경 및 산단 인허가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설계용역업체 대표의 금융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공무원에게 뇌물이 건네졌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수사 선상에는 시설직 공무원 등 10∼20명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자세한 사건 내용과 혐의 등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감사원 감사에서 비롯됐다. 감사원은 2012년 울산시 북구 신명천 교량 공사 설계변경 과정에서 당시 종합건설본부의 시설직 공무원 2명이 A 설계용역업체가 제출한 공법을 채택해 14억2000여만 원의 특혜를 준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을 징계하라고 시에 통보했다. A 설계용역업체는 연간 매출액 기준 지역 내 2, 3위 수준이다.

검찰은 당시 이들에게 특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종합건설본부 간부 B 씨가 현재 A 설계용역업체의 고문을 맡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혜 지시 대가로 퇴직 후 재취업을 한 게 아닌가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또 A 설계용역업체가 최근 준공된 모 산단의 실시설계 용역을 맡아 40억 원의 수익을 올린 점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산단 승인 과정에 이 업체와 관계 공무원 간 유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검찰은 이 업체 외에도 매출액이 높은 다른 설계용역업체에도 전 시설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4, 5명씩 고문 부회장 등으로 재취업한 사실도 챙겨보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설계용역업체는 교량, 도로 등 단일 공사 설계용역뿐만 아니라 일반산단 조성, 아파트 도시관리계획 등 규모가 큰 용역 사업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를 대신해 공무원을 상대로 인허가 로비를 벌이고 대가로 용역을 따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용역 수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퇴직 공무원을 채용해 '관피아'로 활용하고, 이들의 활동 과정에 현직 공무원과 뇌물 커넥션이 형성되는 구조가 만연해 있다"고 덧붙였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