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객 줄어 사실상 개점휴업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 상인들이 울상이다. 개장 한 달째를 맞고 있지만 극심한 불경기에다 장마, 그리고 현대중공업의 파업까지 그야말로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울주군 진하와 함께 울산의 양대 해수욕장인 일산해수욕장은 지난달 24일 개장해 20일로 27일째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찾는 관광객이나 피서객이 크게 줄어 해수욕장 주변 상가는 찬바람만 맞고 있다. 조선업 경기 불황에다 구조조정의 회오리로 소비심리가 사라져 피서를 즐기겠다는 여유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오랜 장마는 설상가상이 된 격이다.

울산기상대 분석 결과 일산해수욕장 개장 이후 울산지역에는 총 14일간 비가 내렸고 총강수량은 174.4㎜에 달했다. 울산 동구의 경우 같은 기간 총강수량이 221.5㎜로 50㎜가량 비가 더 내렸다. 또 이 기간 울산지역 평균 낮 최고기온은 27.9도였지만 동구는 4도가량 낮은 평균 24.1도를 기록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낮 최고기온이 25도를 밑돌았던 날은 9일이나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닷물까지 차가워 해수욕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해수욕장 개장 직후 2주가량 울산 연안 수온은 주변 해역보다 5도 이상 차가워져 냉수대 주의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별로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지역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19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한 데다 오는 28일부터 무려 3주간의 집단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까닭이다. 이 회사가 여름휴가에 돌입하면 업종 특성상 협력업체들까지 동반 휴가를 떠나므로 동구지역 일대는 일시적인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상인 김정숙(여·53) 씨는 "20년째 일산해수욕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손님이 올해처럼 없는 경우는 처음이다. 폭염으로 해수욕장다운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17일 단 하루뿐이었다. 점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한숨 지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