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사태와 관련, 당시 오답 처리된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부산지법 민사11부(조민석 부장판사)는 20일 수험생 94명이 국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출제 오류를 인정한 행정소송의 확정 판결 직후 국가(평가원)가 적극적인 후속조치를 벌인 점 등을 인정해 이같이 판결했다.

　이 시험이 치러진 이후 수험생들은 평가원 등을 상대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해당 문제의 출제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정반대로 출제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평가원은 상고를 포기하고, 오답 처리된 수험생들의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한 뒤 추가합격 같은 구제조치를 했다. 하지만 이번 민사소송 원고들인 수험생 94명은 "평가원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문제 출제와 정답 결정에 오류를 일으키고, 이를 즉시 인정하지 않아 구제절차를 지연했다"며 1인당 1500만~6000만 원을 손해배상하라고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비록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출제 오류가 인정되긴 했지만, 문제 출제와 정답 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출제 오류 지적이 나오자 평가원이 이의 심사 실무위원회를 열었고, 관련 학회 2곳에 자문을 요청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평가원이 나름대로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평가원이 상고를 포기한 뒤 행정소송 항소심 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오답 처리된 모든 수험생의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하는 등 적극적인 후속조치를 취한 점을 고려할 때 평가원이 사후 구제절차를 위법하게 지연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