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진 회수 발표한 회사도 나와
- 소비자 "정부 유해물 관리 허술"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촉발된 생활용품 유해성분 문제가 치약으로까지 번지면서 화학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정부가 치약 성분 전수 조사에 나섰다.

	29일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환급된 치약이 쌓여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치약 제조업체 68곳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사용했는지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식약처는 치약원료 제조업체 '미원상사'에서 납품받지 않은 업체도 모두 조사할 계획이다. 미원상사는 아모레퍼시픽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원료를 납품한 업체다.

부산지역 이마트는 '치약 사태'가 불거진 지난 27일 오후부터 환불 접수를 하기 시작해 이틀 동안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 1만2000개를 환급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기준 47만6000여 개가 환급됐다.

문제의 메디안 치약 11종은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인 CMIT/MIT(클로로메딜이소티아졸리논/메딜이소티아졸리논)가 함유된 것으로 확인돼 식약처가 회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당국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로 흡입했을 때와 달리 CMIT/MIT는 삼키거나 점막으로 흡수했을 때에 유해성이 미미하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부광약품도 자사 제품을 자진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부광약품은 자사 치약에 CMIT/MIT 등 문제 성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자진 회수를 결정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아직 유통 업체와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전화로 환급을 요구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겪고도 정부가 유해물질 관리에 허술했음이 또 한 번 확인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많은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유정(여·38) 씨는 "정부가 아모레퍼시픽 등 치약 제조업체와 물티슈 식기세척제 등 다른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유해성분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못 미더운 게 사실"이라며 "인체에 무해하니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정부를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조정희 부산여성소비자연합회장은 "보건당국이 인체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면서 회수 조처를 한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며 "소비자의 안전할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데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 이러한 사태가 계속된다면 납세 거부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승희 김미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