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 금융그룹 부산은행·생명나눔실천 부산본부·국제신문 공동기획

이춘지(60) 씨는 평범한 중년이었다. 넉넉지는 않았지만 공사장에서 번 돈으로 아내(59)와 부족함 없이 30년을 행복하게 살았다. 절망의 늪에 빠진 것은 2014년이었다. 갑작스레 폐암 진단을 받았다. 집과 병원을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다가 지난 6월 20일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쓰러지기 일주일 전부터 고열과 호흡곤란, 두통 등의 증상이 있었지만 특별한 치료 없이 집에서 버텼던 게 화근이었다. 이 씨는 폐암 3기로 발전했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급성간염까지 찾아와 항생제 투약 처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치료비다. 여태까지 치료비 210만 원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적어도 240만 원이 더 필요하다. 병상에 누운 뒤로 모든 수입은 끊겼다. 그간 한 푼 두 푼 모아뒀던 돈도 치료비와 생활비로 모두 써버렸다. 그가 비빌 언덕이라고는 아내밖에 없다. 부모는 모두 돌아가셨고, 연락이 끊겼던 여동생(55)이 자신의 입원 소식을 듣고 찾아왔으나 그 역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도울 여력이 없었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많다. 이 씨는 대만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대만 국적으로 돼 있다. 결혼하게 되면 배우자의 국적도 대만으로 바뀐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은 탓에 여태껏 혼인신고도 못 했다.

엎친 데 덮친 격 아내도 2014년 9월 뇌경색이 발병해 입원했다. 다행히 눈에 띄는 신체장애는 얻지 않았으나 건망증이 심해졌고 불안증세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씨를 보살피고 있는 부산백병원 곽정민 사회복지사는 "국적이 대만으로 돼 있어 정부와 외부 후원단체로부터 치료비 지원 신청도 할 수 없다"며 "치료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는 이 씨를 위해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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