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국제시장 신창도매상가
- 상인들 11년된 스프링클러 걱정
- 불법주차에 소방차 진입도 애로
- 대부분 옷가게 불나면 무방비

- 전국 자동소화장치 설치율 20%
- 화재보험 가입률도 21%대 그쳐

30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로 막대한 재산피해가 난 가운데 부산의 전통시장도 화재에 취약해 상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취재진은 이날 오전 부산 중부소방서 최윤화 소방경·박세영 소방장과 함께 국제시장을 찾았다. 의류 도매상이 많은 신창도매상가에 들어서자 중년 여성 3명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언니, 대구서 불났다 카더라." "불안하게 또 불났나?" 상인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며 걱정을 쏟아냈다.

신창도매상가는 11년 전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40여 개의 점포가 불에 탔다. 악몽을 경험한 상인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지만 늘 불안하다. 좁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옷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한 군데서 불이 나면 삽시간에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는 불길을 차단할 방화벽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없어 화재에 더 취약하다.

도매상 김모(여·68) 씨는 "11년 전 화재로 내 가게도 잿더미가 됐다. 지금도 겨울만 되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모(여·49) 씨도 "국제시장 주변 도로에는 불법주차가 많아 소방차가 진입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역시 길이 좁고 통로가 한정된 탓에 발화 초기 소방력을 집중할 수 없었다고 대구시소방본부는 밝혔다. 가연성이 강한 의류·침구류가 거침없이 타들어 가는 1초가 급한 순간에 소방대원들이 현장 접근에 애를 먹은 것이다.

국제시장에는 소화기조차 갖추지 않은 상가도 눈에 띄었다. 최 소방경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규모(33㎡ 미만) 점포는 소화기 의무설치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33㎡ 이하 점포는 부산만 해도 골목형시장 점포 9800여 개를 비롯해 2만3800여 개에 달한다.

전통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국민안전처가 올해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소화기 설치 대상인 전통시장 점포는 9만1488곳이지만 실제로는 4만4738곳에만 설치됐다. 이 중 작동 불량이 5484곳이나 됐다.

자동확산소화장치 설치율도 전체 설치대상 9357곳 중 20%인 1876곳에 그쳤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21.6%로 불이 나면 제대로 된 보상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국제시장에서 목공예품을 파는 정모(70) 씨는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인들은 불이 나면 알거지가 된다"며 "10년 전에 화재탐지기를 달았는데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소방경은 "소방당국이 자주 점검을 나가지만 화재를 100% 예방할 수 없다"며 "서문시장 화재를 계기로 전국 전통시장의 취약한 재해대응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방차 출동에 장애가 되는 좌판 등을 유사시 신속히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