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현2단계 시행사 대표 거쳐
- 서울 사업가 L씨 자금융통 도와
- 현·이 "단순한 채권·채무관계"

- 1억 수수 혐의 현 前수석 구속
- S씨 "준 적 없다, 내 돈 아니야"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을 주도한 이영복(66·구속기소) 회장과 현기환(57·구속)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50억 원대 금전 거래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이 회장에게 45억 원짜리 수표를 받아 부산 문현금융단지 2단계 시행사 S사 대표 S(57) 씨를 통해 제4자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현 전 수석에게 '뇌물성 수표'를 건넸다고 의심한다. 반면 이 회장과 현 전 수석은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에 불과하다고 맞서는 중이다. S 씨가 현 전수석에게 준 것으로 알려진 1억 원(본지 지난 7일 자 6면 보도)의 성격도 검찰이 규명해야 할 과제다.
■수표 45억 원 행방과 성격

현 전 수석은 지난 7월 평소 친분이 있는 S 씨에게 45억 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수표는 S 씨를 거쳐 서울의 사업가 L 씨에게 전달됐다. 검찰은 45억 원 수표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수표 발행인이 이 회장인 것으로 파악했다.

S 씨는 검찰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L 씨가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 전 수석에게 이야기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 전 수석이 45억 원을 주길래 L 씨에게 전달했다. 이 회장의 돈 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또 "L 씨는 이 회장과 현 전 수석을 전혀 알지 못한다. 문현금융단지 2단계 사업과 이 회장이 발행한 수표는 무관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전 수석은 지난해 엘시티의 시공사 선정과 1조7800억 원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도움을 받은 대가로 현 전 수석에게 45억 원을 건넨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현 전 수석이 S 씨를 통해 '수표 세탁'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수석과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단순한 자금 거래'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엘시티 사업이 극심한 위기에 빠졌던 2013~2014년 현 전 수석의 지인들로부터 여러 차례 돈을 빌렸다. 자금 융통에 숨통이 트인 올해 현 전 수석이 소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이야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현 전 수석 역시 "단순한 금전거래일 뿐 부정한 자금은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구속영장의 '1억 원' 등 혜택은

검찰은 S 씨에게서 2013년 1월 1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현 전 수석을 구속했다. 현 전 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물러난 뒤 수개월 동안 S 씨 측으로부터 차와 운전기사를 지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문현금융단지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S 씨로부터 수표 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전 수석은 1억 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 씨는 "현 전 수석에게 1억 원을 준 적이 없다. 내 돈이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표의 주인을 S 씨로 보고 있지만 제3자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문현금융단지 2단계 PF 대출에도 현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살펴보는 중이다.

결국 이 회장이 발행한 수표 45억 원과 1억 원의 성격 규명이 '이영복·현기환 게이트'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 검사는 "수사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