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년 전통 간직한 고가
- 700년 세월 품은 고목
- '아름다운 마을 1호'답게
- 지친 마음 달랠 수 있어

- 한옥민박서 의미 있는 하룻밤
- 한방족욕·천연염색·삼곶놀이 등
- 다양한 체험까지 즐기는 재미

통영~대전 고속도로 산청 단성 IC에서 내려 지리산 방향으로 10분가량 가면 오른쪽에 기와집이 즐비한 한옥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201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로 선정된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남사예담촌이다. 이곳은 2003년 농촌 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되면서 남사마을에서 남사예담촌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고즈넉한 담장 너머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어 '옛 담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면적으로는 담장 너머 그 옛날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씨 고가 인근 돌담길에 일명 선비나무로 알려진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로 몸을 'X'자 형태로 엇갈린 상태로 자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은 수많은 선비가 과거에 급제해 가문을 빛냈던 학문의 고장으로, 300년 전통을 간직한 한옥이 즐비하다. 700년 세월을 품고 있는 고목, 담쟁이덩굴로 얼굴을 가린 새색시 같은 담장도 유명하다. 이 마을은 사라져가는 전통 고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 지금도 150여 세대 300여 명이 살고 있고 사람 내음도 물씬 풍기고 있다.

마을은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려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남사예담촌을 찾은 지난달 28일 전통적인 남부지방의 사대부 한옥인 고가를 둘러보거나 고가에서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방문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다

등록문화재 제281호(2006년 12월 4일 등재)로 지정된 남사예담촌의 돌담길.

흙과 돌로 쌓은 마을 담장 전체 5.7㎞ 중 등록문화재 제281호(2006년 12월 4일 등재)로 지정된 3.2㎞의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심신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마을 담장은 남사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강돌을 사용해 쌓았다.

담장 하부에 길이 50~60㎝ 큰 막돌로 2, 3층을 쌓은 다음 그 위에 돌과 진흙을 교대로 쌓아 올렸다. 담 높이는 2m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담이 높은 것은 말을 타고 지날 때 안집에 여인네가 보이지 않도록 높게 쌓았기 때문이라 전해진다. 이곳에는 18세기에서 20세기 초 지은 전통 한옥 40여 채가 남아 담장과 한옥이 어울린 고풍스러운 풍경을 자랑한다. 또 이씨 고가(경남도 문화재 118호), 최씨 고가(경남도 문화재 117호), 사양정사(경남도 문화재 453호) 이사재(경남문화재자료 제328호) 등 고가(古家)와 문화재 체험을 통해 전통가옥의 구조와 전통사상을 이해하고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남사예담촌의 상징인 이씨 고가는 1700년대 목조건물이다. 남북으로 긴 대지에 안채와 사랑채, 외양간채(익랑채)와 곳간채가 안채를 중심으로 'ㅁ' 자형으로 배치돼 있다. 인근 돌담길에는 일명 '선비나무'로 알려진 회화나무 두 그루가 서로 몸을 'X'자 형태로 엇갈린 상태로 자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담사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가장 큰 집인 최씨 고택은 1930년대 지은 집으로 안채와 외양간채, 사랑채가 안채를 중심으로 'ㅁ' 자형 평면을 갖추고 있다. 안채는 앞면 6칸·옆면 3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뒤쪽 툇마루의 폭이 커서 각 방 뒤편으로 물품을 보관하기 위한 벽장이 있다. 사대부 집의 화려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위생적인 2층 뒷간 등 실용적인 구조로 지어져 조상들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또 남녀 사용공간을 나누어 공간의 독립성을 부여한 뛰어난 배치로 사대부가의 유교적 전통을 엿볼 수 있다.

■색다른 멋을 즐기다

남사예담촌 내 사양정사.

금혼식이나 은혼식, 연인과 전통 혼례식을 치르기를 원하면 전통 혼례 체험장을 이용하면 된다. 선조들의 의복 문화와 가정의례, 선조들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체험하며 혼례복을 입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한옥체험(민박)을 하면 가족끼리 정겨운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있고, 전통놀이도 곁들일 수 있다.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민박 한옥'은 모두 산청군에서 지정받은 곳이다. 한옥 체험은 방 1개(4인 기준)에 하루 5만~6만 원을 받고 있다. 고즈넉한 한옥 별채에서 묵는 특별한 하룻밤인 전통 한옥 민박은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맛을 전해 준다. '종이 한옥 만들기'는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 한옥의 구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보통 6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1박2일 탐방객들에게 추천되는 내용이다. '한방 족욕'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이 씨 고가 등에서 펼치는 한방 족욕 프로그램은 진귀한 한약재를 1시간가량 달여서 우려낸 약물로 족욕하는 프로그램이다. 노천에서 하기에 날씨가 추우면 실내로 옮겨 체험한다. 이 마을 6곳에 족욕체험장이 있으며 1인당 30분 이용에 5000원을 받고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남사예담촌에서는 놀이체험이 가득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전통 삼곶놀이, 떡메치기, 회화나무 천연염색, 약초향기주머니와 솟대 만들기, 전래놀이, 고향 체험도 재미가 있다.

이 중 전통 삼곶놀이는 백미다. 삼곶놀이는 삼베의 원료인 삼을 삶는 방법을 응용한 놀이다. 돌무덤을 만들어 고구마 감자를 구워 먹는다.

자연염색체험은 마을회관 마당에서 심기만 하면 그 집안에 훌륭한 인재가 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회화나무 씨앗으로 염색을 할 수 있다.

떡메치기는 전통적인 방법인 떡 만들기로 쿵덕쿵덕 호흡을 맞춰 떡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쫄깃하고 맛있는 인절미도 맛볼 수 있다. 고향체험에서는 마당 쓸기, 골목 쓸기, 군불 지피기 등을 할 수 있다. 전래놀이로는 팽이치기, 제기차기, 윷놀이, 투호놀이, 구슬치기, 자치기 등이 있다.

기간제 프로그램은 1박2일, 2박3일, 1주일 등 4가지가 있고 기간별로 기본형과 우천 때로 구분해 12가지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 체험이 끝나면 남사예담촌을 한눈에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인 예담길이 반긴다. 편도 2.4㎞ 정도 되는데 마을과 아름다운 하천을 따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글·사진=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