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나이트에서 보물이 숨겨진 동굴을 여는 주문은 '열려라 참깨'다. 왜 하필 참깨일까? 보물이 깨처럼 쏟아져 깨소금 맛을 주는 참깨라서 그럴 것 같다.

	식용유가 되는 과정을 알기 쉬운 깨와 알기 힘든 콩.

나 어릴 적엔 참깨나 들깨를 볶아 짜낸 참기름, 들기름이 전부였다. 빈대떡도 돼지기름으로 부쳤다. 1963년부터 나온 라면도 1990년까지 식품공업용 소기름(牛脂)으로 튀겼다. 이런 식문화를 뒤집은 것이 1971년부터 상표를 달고 출시된 식물성 식용유다. 이제 콩기름, 옥수수기름,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가 대세다. 유채씨기름인 카놀라유(Canada+Oil)도 합세했다.

야자의 일종인 팜(Palm)은 씨앗에 기름을 잔뜩 머금고 있어 기름야자로 불린다. 제1의 식품공업용 기름인 팜유는 식용유의 제왕이다. 라면을 튀기고 과자를 굽고 마가린과 쇼트닝의 주재료로 쓰인다. 가정에서는 안 쓰지만 업체에서는 팜유를 가장 많이 쓴다. 오늘도 우리는 어떤 경로로든 보지도 못한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먹고 산다.

모든 씨앗에 기름이 있다. 싹을 틔우기 위한 최소 영양분을 비축하는 식물들의 자기 생존법이다. 광합성을 통해 만든 포도당(C₆H₁₂O₆)이 같은 탄소-수소-산소로 된 지방성 기름으로 바뀌는 과정은 신비하다. 씨앗에서 얻은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포장에는 물리적으로 압착해서 짠 기름이라고 자랑스럽게 표시한다.

그런데 콩(大豆)기름, 카놀라유 등 최신 식용유 상품표시에는 화학적 추출 정제법에 대해 밝히지 않으니 미스터리하다. ○○씨 100%라고 성분 표시만 한다. 각자 알아서들 분별해 먹고 사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인가?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