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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텔링] 선생님이 더 때릴까봐…맞고도 입 닫은 아이

사상 유치원생 폭행 재구성

  • 국제신문
  •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  |  입력 : 2017-01-10 22:01:0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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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뺨·머리 때리고 발로 차고…
- 한 반서 25명 110차례 당해

- 교사들, 때린 것 말 못하게
- "선생님이 때린 건 비밀이야"
- 포옹하고 볼 뽀뽀하며 달래기도

부산 사상경찰서는 유치원생들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사상구 E유치원 교사 2명을 구속(본지 10일 자 8면 보도)했다. 원장과 나머지 교사 5명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의 구속영장 내용과 폭행장면이 담긴 CCTV를 본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아이의 시선에서 사건을 재구성했다.


   
"쉿. 오늘 선생님이 때린 건 비밀이야. 엄마 아빠한테 말하면 안 돼."

유치원 선생님이 꼭 끌어 안아주셨다. 맞아서 붉게 물들고 부풀어 오른 볼에 뽀뽀도 해주셨다.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꾹 참았다. 내일 또 때릴지 모르니까.

나는 학예회가 싫다. 춤 연습하다가 박자 놓치면 혼이 나기 때문이다. 선생님에게 맞고 뽀뽀를 받은 아이는 나 말고도 많았다. 우리 반 28명 중 25명이 혼났다. 머리에 혹이 난 친구도 있다. 선생님은 배도 걷어찼다. 경찰 아저씨는 우리 반 아이들이 110차례 맞았다고 엄마 아빠에게 말했다.

학예회가 다가오자 선생님의 손찌검은 더 잦아졌다. 귀를 잡아당기고 꼬집는 건 예사였다. 한 친구는 하프를 뜯다 실수하는 바람에 5분 가까이 뺨을 맞아야 했다. 밥을 먹다 옷에 물을 흘린 친구에게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머리를 쥐어박더니 다른 반으로 쫓아내기까지 했다. 며칠 뒤엔 다른 반 친구가 우리 반으로 쫓겨왔다. 선생님에게 혼나고서 우유가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벌을 받을 때면 팔이 너무 아팠다.
우리 반만 공포에 떤 건 아니다. 옆 반 친구들은 카드섹션을 연습했다. '엄.마.아.빠.사.랑.해.요' 박자에 맞춰 카드를 하나씩 들어 올리다가 박자를 놓치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김없이 선생님의 손과 발이 날아들었다. 기다란 북채를 손에 들고 배를 쿡쿡 찌르기도 했다. 그 친구들은 연습이 끝나고도 강당에 남아 한참이나 벌을 받아야 했다.

우리 반 친구 A는 선생님에게 맞는 장면이 CCTV에 찍히지 않아서 부산 해바라기센터로 가서 상담을 받았다.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선생님이 A를 때리는 걸 봤는데 CCTV는 못 본 것 같다. A는 경찰 누나에게 '절대로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맞은 사실을 털어놨다.

우리 유치원 CCTV는 2주 치만 저장된다고 한다. 학예회 연습 전에도 많이 맞았는데…. 모자가 커 머리에 안 맞으면 크다고 맞고, 작으면 작다고 또 맞았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어려서 우리 말은 인정할 수가 없단다. 엄마 아빠는 재판도 할 거라고 했다.

"아들아, 이제 비밀 끝났으니까 선생님이 때린 이야기 말해도 돼." 지난해 12월 17일 학예회가 끝나고나서 엄마가 CCTV로 우리 모습을 봤다고 했다. 우리 유치원 이야기는 그제야 세상에 알려졌다. 신문이나 TV에서 우리 유치원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선생님들은 모두 바뀌었다. 친구들도 190명에서 155명으로 줄었다. 11일에 개학하면 나는 다시 유치원에 간다. 엄마 아빠는 자주 운다. 때리고 비밀이야기를 만드는 선생님을 내가 다시 만나게 될까봐.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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