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견과류(堅果類)가 아닌 것은? ①아몬드 ②호두 ③도토리 ④잣 ⑤땅콩. 알쏭달쏭 아리송하다. 정답은 ⑤번이다. 정월 대보름날 견과류라며 속껍질만 있는 땅콩이 아니라 딱딱한 겉껍데기에 싸인 땅콩을 까서 먹지만 땅콩은 견과류가 아니다. 땅콩은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이 아니라 한해살이풀(一年草)이 땅에서 열매맺는 콩이기 때문이다. 딱딱한(堅) 껍데기가 있는 콩(豆)이기에 굳이 낱말을 만들자면 견두류(堅豆類)다.

땅위에서 핀 꽃이 땅속으로 낙화하여 견과처럼 된 땅콩.

땅콩은 왜 다른 콩들과 달리 견고한 껍데기를 가지게 되었을까? 참으로 생명의 신비다. 샛노란 땅콩꽃은 땅에 가까운 지상에서 핀다. 수분이 되면 꽃에서 줄기가 나와 땅으로 뻗는다. 그 줄기를 따라 꽃이 내려와 땅을 파고들어 땅속에서 땅콩을 맺는다. 꽃(花)이 떨어져(落) 피기에(生) 낙화생(落花生)이라 한다. 낙화생 기름은 땅콩 기름이다.

땅콩은 땅으로 파고 들어가기 좋은 모래땅(土砂)에서 잘 자란다. 땅 위가 아니라 땅속에서 열매 맺기에 씨앗을 보호하려면 껍데기가 딱딱해져야 했다. 그래서 땅콩은 견과처럼 보이는 견두가 되었다. 대두(bean)보다 완두(pea)에 가깝게 생겼기에 빈넛(beannut)이 아니라 피넛(peanut)이라 부른다.

씨앗인 땅콩은 콩과 식물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고정하는 땅속의 질소와 무기질을 줄기 경로 없이 직접 듬뿍 흡수했다. 단백질 등 영양이 풍부해졌다. 익히지 않은 날콩을 그냥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콩이 땅콩이다. 물론 구워서 익히면 맛이 더 고소해진다. 심심풀이 땅콩을 먹더라도 생명의 신비에 감사하며 귀하게 먹을 일이다.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