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
- 용현면 선진마을 앞바다서
- 첫 실전투입해 왜선 격침

- 역사적 교훈 스토리텔링 살려
- 선진리성~모충공원 13㎞ 조성
- 시작부터 반기는 승첩기념비
- 종포마을 앞 펼쳐진 갯벌 풍경
- 반짝거리는 사천바다는 덤

경남 사천시 용현면 선진마을에는 일본이 성역화를 위해 신사를 짓고 자국의 국화인 벚나무를 심었던 선진공원이 있다. 지금은 신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오래된 벚나무도 대부분 죽어 시가 새로 심었다. 이곳은 조선시대 중기까지 세금으로 거둬들인 곡식을 한양으로 실어 나르던 조창이 자리했던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에서 만든 거북선을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해 왜선 13척을 격침하며 승전했던 곳이기도 하다.

	경남 사천시 용현면 최초거북선길 코스 중 백미로 꼽히는 송지방조제 옆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왼쪽으로는 갈대가 무성한 습지와 논들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눈이 시릴 정도로 반짝이는 바다가 펼쳐진다.

그러다가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점령해 왜성을 쌓아 저항하다 탈환에 나선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이 영내에 보관했던 화약고가 폭발하면서 어이없이 패배한 전투장이었다. 그래서 일본은 이곳이 자신의 조상이 이긴 승전지라 하여 대대적인 성역화를 벌였다.

■거북선의 첫 출전 해역

사천시는 이런 역사적 교훈을 간직하고 있는 선진리성에서 송포동 모충공원까지의 13㎞를 최초거북선길로 정하고 힐링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선진리성 주변에는 200면이 넘는 주차공간이 있어 접근성은 양호하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조용해서 좋다. 봄철에 벚꽃이 만개하면 선진리성에는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붐비고 여름철에는 걷는 길에 그늘이 많지 않아 다소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닷가를 연결해 만든 환상적인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길이다.

우선 공원부터 한 바퀴 둘러보고 출발하자. 우리나라에 많은 직벽의 석성과는 달리 왜성임을 짐작할 수 있는 비스듬한 성벽을 따라 성내로 들어가면 200여 그루의 벚나무가 반긴다. 수령이 고르지 못하지만 봄철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람해진다.

성문 입구에는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을 맞아 시민들이 소원을 향에 새겨 묻은 매향비도 눈에 들어온다. 바다가 보이는 성 끝에는 충무공의 사천해전승첩기념비와 공군의 충령비도 세워져 있다.

선진공원 입구 300m여 앞에는 조명군총이 있다. 정유재란 때 왜군이 선진리성을 탈환하려다 숨진 연합군의 코와 귀를 본국으로 보내 전과를 자랑하고 남은 시신을 이곳에 아무렇게나 버려 악취가 진동하자 주민들이 흙을 덮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

■넓게 펼쳐진 갯벌과 해안길

	맑은 날 해 질 녁이면 대포마을에서 미룡마을까지의 1㎞ 해안도로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다.

선진공원을 나와 동쪽을 보면 최초거북선길 이정표가 서 있다. 이곳에서 대섬까지는 2차선의 농로를 따라 걸으면 되지만 대섬에서부터 종포마을까지의 1㎞는 지난해부터 일반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공단조성이 마무리되면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지는데 그때까지 2년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썰물 때 종포마을 앞 포구에 들어선다면 걷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오목하게 자리한 종포마을을 배경으로 앞쪽에 넓게 펼쳐진 갯벌을 보면 말 그대로 넋을 잃는다. 여기에다 종포마을에서 송지마을 당간마당까지 700~800여m의 송지방조제는 한 폭의 그림이다. 왼쪽으로는 갈대가 무성한 습지와 논들이 펼쳐지고 오른쪽의 사천 앞바다는 반짝반짝 햇빛이 반사돼 눈이 시릴 정도다.

갯벌에는 게 등 여러 생물들이 요란스럽게 기어 다니고 이들을 먹이로 하는 철새들은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 분주하다. 밀물이 들어와 제방 중턱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당간마당에서 사천대교까지의 2.2㎞ 해안길도 바다와 육지를 가르며 지나가는 기분이다. 이 코스는 주변이 아름답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가족이나 연인들이 승용차를 이용하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사천시는 쉼터를 만들면서도 가족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곳곳에 평상을 설치하고 화장실의 옥상에 철새 탐조대를 꾸미거나 갯벌 중앙으로 100m가량의 생태탐방로를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했다.

■조용하지만 아름다운 노을

사천대교에서 1㎞가량 떨어진 대포마을은 벌이 발달해 전어의 산란터로 유명하다. 마을 앞에서 100여m의 바다에는 작은 여(돌무더기)가 있는데 밀물 때는 잠기지만 썰물 때는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드러나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졌다.

대포마을에서 미룡마을까지의 1㎞ 해안도로는 사람이 북적대지 않는 조용한 바닷가다. 맑은 날 해 질 녁이면 반대쪽인 서포면과 하동의 금오산 방향으로 넘어가는 석양이 정말 아름답다.

미룡마을에서 모충공원까지는 길이 좀 복잡하다. 농공단지를 돌고 포도밭, 키위밭 등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천시가 안내판을 세워 두기는 했지만 지리를 잘 모르는 외지인은 헤맬 수 있는 구간이라 신경 써야 한다.

종착점인 모충공원은 주민들에게 '거북등'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이 충무공의 발자취를 따라 기행을 하면서 시를 남기자 봉사단체에서 시비와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고 사천시는 공원화하면서 모충(慕忠)공원이 됐다. 야트막한 야산에 꾸며진 공원의 정상에 올라 소나무숲 사이로 시원하게 펼쳐진 사천만을 바라보면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머리가 시원하다.

대포마을 앞에서 만난 조종식(49·창원시 사파동) 씨는 "처음 걸어보니 갯벌이나 노을이 매우 아름답다"며 "코스가 어렵지 않고 접근성도 양호해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완용 기자 wy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