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수혜 놓치는 주민 발굴
- 기초수급·부산형 다복동 연결
- 방치된 노인 지원 성과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심사에서 탈락한 김모(61) 씨는 최근 반가운 말을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차상위 계층에게 월 52만6000원(4인 가구 기준)을 주는 '부산형 복지' 사업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리 알았더라면 신청했을 텐데…. 동사무소에 가서 자격 요건을 문의해야겠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수민동 9통 김진연(오른쪽) 통장이 이모(69) 씨를 만나 생활여건과 복지수요 조사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앞으로 부산 동래구 주민은 정책을 몰라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 사회복지사와 통장들이 모든 가구를 방문해 생활 실태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동래구는 지난 16일부터 10만7917세대를 일일이 찾아 주민등록 일제 정리와 함께 '2017년 복지 사각지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정부나 부산시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를 몰라 수혜 대상에서 빠진 가정을 발굴해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은 단전·단수 세대나 기초수급 신청자 위주로 진행됐다. 복지 전수조사는 부산에서 동래구가 처음이다.

동래구의 통장 313명과 사회복지 공무원 75명은 방문한 세대마다 인증 스티커인 '가가호호'를 붙인다. 통장 1인당 평균 345가구를 방문해 1차 조사를 하면 공무원이 2차 조사를 하는 구조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전수조사 사흘째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한 노인을 찾았다. 수민동 9통 김진연(67) 통장은 지난 19일 동래경찰서 뒤편에서 도장 새기는 일을 하는 이모(69) 씨를 만났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이 씨는 49년 전부터 이곳에서 도장 새기는 일을 해왔다. 아들 3명을 둔 데다 쪽방이 재산으로 잡혀 그동안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점포가 국유지를 점유한 탓에 무단 점유 변상금 4100만 원의 납부 독촉도 받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기초수급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8년 전부터 도장 일이 줄어 노인기초연금(20만 원)과 장애인연금(7만 원)으로 겨우 한 달을 보낸다. 추운 겨울 전기장판에 몸을 의지하며 시장에서 산 1000원짜리 김밥 두 줄에 물을 넣고 끓인 죽으로 끼니를 때운다.

고령의 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처지의 이 씨는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 통장은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이 씨의 사연을 전했다. 그러자 동래구는 시 복지정책인 '다복동 사업'에 편성된 긴급구호비 30만 원을 지급했다. 또 이 씨를 도와줄 민간후원자를 물색 중이다.

사회복지 경력 30년 차인 수민동사무소 김은향(54) 동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번 조사는 동래구 전체 13개 동으로 확대됐다.

김 동장은 "요즘에는 복지정책이 다양해 사각지대에 있는 분을 찾으면 어떤 형태로든 지원할 수 있다. 한 번 더 이웃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전 세대를 돌아다니며 인증 스티커를 붙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