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주의·벌금 등 처벌 약해
- 국토부 "만취 등 소란 땐 엄벌"

지난달 31일 부산으로 여행을 왔던 20대 남성 A 씨는 열차를 타고 돌아가다가 악몽같은 2시간을 보냈다. 부산발 수서행 SRT(수서발 고속열차)의 같은 칸에 탔던 50대 남성이 만취해 승무원과 승객 수십 명에게 욕설을 퍼붓고 의자를 발로 차며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다. 당시 승무원은 구두로 주의를 줬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 씨는 "만취 승객 때문에 여행이 고통길이었다"고 혀를 찼다.
항공기 기내 난동처럼 시속 300㎞ 이상의 고속철에서도 볼썽사나운 사건이 자주 발생해 승객들을 위협하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속철 난동은 2015년 104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매년 100건 내외로 발생한다. 연간 50~70건인 항공기 기내 난동보다 훨씬 많다.

지난달 20일 B 씨는 부산발 서울행 KTX 고속철도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부렸다. 신고를 받고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출동했지만 난동은 그치지 않았다. B 씨는 "너희 같은 놈들하고는 얘기할 필요도 없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경찰에 욕설까지 퍼부었다. B 씨는 KTX 역사 내 철도경찰센터로 옮겨 조사를 받다가 경찰의 얼굴을 머리로 들이받고 정강이를 걷어차기까지 했다.

지난해 6월에는 KTX 요금을 내지 않고 무임승차한 C 씨가 철도경찰대원을 폭행했다. C 씨는 KTX 승무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임의동행 요구에 괴성을 지르며 손과 팔을 깨물고 허리를 발로 걷어찼다.

여성 승무원에 대한 성추행도 매년 5~7건 발생한다. 지난해 7월 술 취한 승객 D 씨가 열차 통로에서 소란을 피우다 승무원이 제지하자 "이쁜 아가씨가 왜 그래"라며 엉덩이를 두 차례 더듬었다. 반발하는 승무원에게 D 씨는 성적 폭언과 욕설을 퍼부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철도안전법은 '폭행·협박으로 철도 종사자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기소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객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항공기뿐 아니라 철도 난동에 대해서도 '무관용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측은 "철도에서 소란을 피워도 그동안 초범이거나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했다"며 "열차의 안전 운행을 방해하거나 승무원을 폭행하는 등의 범죄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