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군 재정 따라 서비스 차이
- 시 산하되면 균등한 의료 제공
- 국가지원사업 신속 수행 가능

- 일제 잔재 '보건소' 명칭
- 1956년부터 60년 넘게 사용
- 젊은 층 유입 위해 개명 필요

- 보건소장 지위와 권한 강화
- 정규직 인력 확충 한목소리

지난 6일 부산시 확대간부회의. 서병수 부산시장이 대노(大怒)했다. 그는 "보건소 조직 확대를 검토하라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성과가 없어 언론의 질타를 받느냐"고 했다. 국제신문의 '부산 보건소 정밀진단' 기획시리즈에 대한 첫 반응이었다. 서 시장은 또 "자치단체에 맡겨두지 말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공공의료 확대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보건소장들이 생각하는 '보건소 살리기' 해법은 무엇일까. 취재진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면담·전화를 통해 보건소장 16명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10명은 보건소 운영을 구·군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부산시나 정부 기관으로 편입하자고 주장했다. '보건소장 지위 강화'와 정규직 확대 목소리도 높았다.

	부산 서구보건소 의료진이 영유아 건강검진 상담을 벌이는 모습. 부산지역 보건소장들은 "부산 보건소를 활성화 시켜 주민 만족도를 높이려면 대대적인 인력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시 제공

■"보건소 명칭부터 바꾸자"

보건소라는 명칭은 1956년 보건소법이 제정되면서 60년 넘게 사용되고 있다. 취약계층에게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미지가 고착화됐다.

김진홍 동래구 보건소장은 "보건소는 일본식 명칭이다. '주민건강센터'나 '공공질병관리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보편적 건강복지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공필용 연제구 보건소장도 "가난한 사람에게 예방접종을 하거나 노인이 주로 이용하는 곳에서 '모든 주민이 건강한 삶을 상담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정연희 금정구 보건소장은 "2015년 혼인과 출산·육아·복지 상담과 지원을 한꺼번에 하는 '원스톱 행복 바구니센터'를 열었더니 젊은 층의 발길이 늘었다. 보건소 이름을 바꾸고 기능도 개편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부산시·정부 직속기관 추진"

보건소장들은 국가 보건사업을 수행하는 보건소가 기초단체에 속해 보건전문인력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문 중구 보건소장은 "지금은 구·군의 재정형편에 따라 보건소 서비스도 차이가 난다. 부산시 직속이 되면 균등한 서비스 제공은 물론 국가지원사업을 신속히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소라 사상구 보건소장은 "중앙정부 차원의 '보건청'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수경 서구 보건소장과 양사모 부산진구 소장도 "건강 사무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보건복지부 소속이 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반면 홍상기 사하구 보건소장은 "과거 부산시 직속이던 보건소가 구·군으로 편입된 이유는 주민과 더 가까이 호흡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보건소장 권한 강화하라"

부산의 보건소장들은 대부분 "일반행정직의 눈치를 본다"고 입을 모았다. 조봉수 해운대구 보건소장은 "행정직이 사무 전반을 주도한다. 보건소장은 힘이 별로 없다. 보건소 예산과 인력이 적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영만 수영구 보건소장도 "보건소가 자치단체의 사업소 취급을 받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허목 남구 보건소장은 "심지어 5년제 계약직(개방형 직위)으로 보건소장을 뽑기도 한다. 비정규직 보건소장이 눈치를 보느라 구청장의 입맛에 맞는 사업만 하는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 있다. 보건소장의 지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진 기장군 보건소장은 "계약직이면 의지를 갖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지위와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인력 확충만이 해법"

"부산의 보건소가 쩔쩔매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준인건비제(총액인건비)에 발목이 잡혀 꼼짝할 수가 없어요. 서울과 비슷한 수준의 인력은 언제 가능할까요."(천동환 강서구 보건소장) "직원들에게 밤을 지새우라고 강요하지 못합니다. 사실 밤을 새워도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요. 지금보다 인력과 예산이 배 이상 필요합니다."(최연옥 동구 보건소장)

모든 보건소장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인력 확충'이다. 다른 시도와 비슷한 수준의 보건소가 되려면 지금보다 최소 15명 이상은 보건소마다 확충돼야 한다는 것이다. 허목 남구 보건소장은 "예산이 많아도 인력이 없어서 사업 집행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사람 문제"라고 했다.

박성률 영도구 보건소장도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이라도 하게 되면 비상이 걸린다. 결국 급한 대로 기간제를 뽑아 쓰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사업의 연속성에 문제가 생겨 그 피해는 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정화 북구 보건소장은 "북구는 부산에서 취약계층이 제일 많다"면서 "하반기에는 조직이 다소 확대된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화영 김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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