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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사람] "병든 동물 안락사 막자" 마지막까지 치료

유기동물보호소 체험기

  • 국제신문
  •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  입력 : 2017-02-09 22:05:12
  •  |  본지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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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한 30~40마리 관리 보호
- 강아지 겁먹은 표정 안쓰러워
- 입양 없으면 안락사 원칙이나
- 심각한 부상·전염병 중심 진행
- "버리는 것 죄라는 인식 가져야"

지난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누리동물보호소. 이방인의 방문에 놀란 개 수십 마리가 짖어댔다.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가 힘든 지경이었다. 철창으로 된 우리를 물어뜯는 개도 있었다. "불안해서 그러는 겁니다. 주인한테 버림받은 스트레스에 낯선 사람을 보고 겁을 먹은 거죠." 누리동물보호소 진승우 원장의 말이다.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누리동물보호소에서 본지 김준용 기자가 버려진 동물을 돌보며 수의사 체험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누리동물보호소는 보통 30~40마리의 버려진 동물을 보호한다. 여름철에는 70~80마리를 보살피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 오는 생명체의 80%가 개다. 고양이보다 활동성이 강하고 야외 활동이 잦은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우리에는 태어난 지 2개월도 안 된 강아지도 눈에 띄었다. 3마리가 동시에 버려졌다고 한다. 얼굴과 몸통 곳곳은 피부병으로 털이 빠져 있었다. 강아지를 한 마리씩 안아 들어 환부에 소독약을 발랐다. 눈동자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작은 앞다리가 덜덜 떨렸다. 진 원장은 "주인이 버렸을 수도 있고, 어미가 팽개쳤을 수도 있다. 어린 강아지가 버려지면 살아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지난달 4일 동물보호소에 들어온 진순이의 안락사가 예정된 날이다. 나이는 13살로 사람으로 치면 칠순이 넘었다. 구조 당시 진순이는 백내장을 앓고 있었다. 늙고 병들자 주인이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 달 동안 진순이의 눈 상태는 점점 심각해졌다. 기생충에도 감염됐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동물보호소 측은 진순이의 안락사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안락사 전날 누리동물보호소 측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술을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진순이가 새 삶을 얻은 것이다.

유기동물이 구조돼 동물보호소에 들어오면 열흘 동안 보호한 뒤 안락사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실제 안락사는 부상이 심하거나 전염병을 가진 개체를 중심으로만 진행된다. 이 때문에 길게는 몇 달씩 동물보호소에 머물다가 입양되기도 한다.

진 원장은 "유기동물이 모두 안락사를 당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 수의사 한 명이 동물보호소를 그만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이 입양되는 경우는 드물다. 경기가 위축되면 유기동물의 입양도 줄어든다. 이날 다행히 한 마리가 입양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제시카(여·30·대전시 자양동) 씨는 "지금 집에 키우는 강아지도 입양했는데, 만약에 내가 안 데리고 갔으면 이 녀석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버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에서는 총 6997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이 중 1783마리는 원주인이 찾아갔다. 1350마리는 입양됐고, 5마리는 기증됐다. 자연사 된 개체수는 4044마리였으며, 444마리가 안락사 됐다. 방사된 개체는 15마리였다. 356마리가 보호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 김선자 동물보호팀장은 "반려동물 등록제에 참여해 유기동물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며 "함께 살던 동물을 버리는 것이 죄라고 인식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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