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도 체험관 폐쇄 요구
- 남구 뚜렷한 대책 없어 속앓이

지난 9일 일본에서 수입한 돌고래가 나흘 만에 숨지면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이 존폐 기로에 처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여론에 밀려 정부가 돌고래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1일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 등으로 구성된 '울산 남구청 돌고래 수입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등에 따르면 그동안 끊임없이 돌고래 수입과 사육을 반대해온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일 기자회견과 시위를 이어가며 정부와 남구를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7일 환경부로부터 돌고래 수입 불허 방침을 받아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고래생태체험관 폐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21일 오후 남구청장과 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고래박물관장 등 3명을 '동물보호법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위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고래생태체험관이 2009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8년여 동안 모두 6마리의 돌고래가 죽어 나갔다. 이 정도면 고래생태체험관이 아니라 돌고래의 '무덤'"이라며 "정부가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만큼 체험관을 없애고 현재 남아 있는 돌고래(4마리)는 모두 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 한 마리가 갑자기 폐사했다. 이 돌고래는 4~5세가량의 암컷 큰돌고래로 불과 나흘 전인 지난 9일 일본에서 들여온 2마리 중 한 마리로 수입가는 1억 원이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장시간의 무리한 이송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비좁은 수조 등 열악한 생육환경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남구는 당장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래관광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남구로서는 생태체험관이 장생포 고래특구 내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인기 시설이어서 바로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2015년 한 해 방문객 수만 44만4849명으로, 하루 평균 1200여 명이 생태체험관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폐쇄할 경우 대체할 만한 콘텐츠가 없는 점도 남구가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남구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남은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학교 수의대 부속 동물병원에서 이뤄진 돌고래 사체 부검 결과, 가슴 부위에 혈액이 고이는 '혈흉'이 확인됐다. 종합적인 부검 결과는 이달 말에 나올 예정이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