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현기환(58)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금품 수수는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은 부인했다. 정기룡(60·구속기소) 전 부산시장 정무특보도 엘시티 시행사의 법인카드 사용은 인정했지만 급여·퇴직금 명목이었다고 맞섰다.

현기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산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24일 부산지법 형사5부(심현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현 전 수석의 두 번째 공판에서 현 전 수석의 변호인은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이 친한 형으로서 (현 전 수석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일 뿐 청탁이 없었기 때문에 뇌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정무수석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자치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또 금품 수수 당시에는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시공사로 선정된 상태여서 이 회장으로부터 청탁받을 만한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 전 수석은 이 회장으로부터 술값 3159만 원을 포함해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변호인은 현 전 수석이 부산 문현금융단지 2단계 건설사업 시행사 대표 S(58) 씨와 또 다른 사업가 L(54) 씨로부터 3억 원가량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도 "현 전 수석이 금품 수수 당시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다. 청탁도 없었다"며 "금품 제공 목적이나 경위·기간을 살펴볼 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7일을 특별기일로 정해 이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심문하기로 했다. 엘시티 사건 재판과 관련해 금품 공여자인 이 회장을 상대로 한 증인 심문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어 열린 정기룡 전 특보의 첫 번째 공판에서도 변호인 측은 "업무상 횡령은 인정하지만 나머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엘시티 시행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급여 및 퇴직금 명목일뿐 뇌물 및 정치자금이 아니다"고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정 전 특보는 부산시장 경제특보로 있던 2014년 9월∼2016년 3월 엘시티 이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2960만 원을 사용한 혐의(뇌물수수)와 2013년 9월부터 2014년 6월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엘시티 법인카드로 1900만 원을 쓴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