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지자체에 권한 없어" 난색

'중산층 주거 안정'을 취지로 추진 중인 부산지역 뉴스테이(New Stay·장기 민간 임대주택) 사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와 해당 지역 주민들은 뉴스테이 사업이 건설사의 잇속을 위해 도심 녹지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7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스테이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해운대구·사상구 주민단체 회원 50여 명은 7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뉴스테이 사업 철회를 시에 촉구했다.

사상구 학장동 구학마을 구자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건설사가 99% 자연녹지인 승학산 자락에 4700여 세대의 뉴스테이 아파트 조성을 시도 중"이라며 "대단지 아파트 조성으로 주민 쉼터가 파괴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 위원장은 "이 일대는 희귀종인 곰솔나무와 편백나무 등이 우거져 있을 뿐 아니라 딱따구리와 고라니 등도 자주 출몰하는 부산 도심에서 제일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서세욱 회장은 "정부가 보존 녹지에 아파트 건설을 허가하는 악법을 만들었다. 해운대에 더는 콘크리트 숲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는 오는 2022년까지 2만 세대 상당의 뉴스테이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뉴스테이 사업과 관련한 건설사 제안서 37건 중 공급촉진지구 지정 신청이 된 21건을 검토 중이다.

시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지구 승인을 내리는 등의 절차를 진행해 이르면 올 연말까지 본격적인 공사를 하도록 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법으로 정해진 뉴스테이 사업을 지자체가 막을 근거가 없다"며 "녹지 훼손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뉴스테이 추진 열기가 뜨겁자 사업 부지의 지주와 이를 매입하려는 건설사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최근 해운대구의회가 사업 취소 촉구 결의안을 채택(본지 지난달 24일 자 10면 보도)한 우동 지구 뉴스테이 사업 부지(4만9000㎡)의 경우, 지난해 A사가 부산시에 사업구역 지정을 제안한 후 B학교법인이 일부 필지(4463㎡)를 시가보다 비싸게 구입해 알박기 논란이 일었다.

김화영 김준용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