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 할아버지, 올해는 좀 더 편하게 모실게요."

부산 동래구가 250년 된 회화나무를 위해 일대 500㎡를 공원화하기로 한 안락1동 용산마을 전경.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지난 13일 낮 12시 부산 동래구 안락1동 용산마을. 250년 된 회화나무를 바라보던 용산경로당 김영준(81) 회장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했다. 회화나무 일대 공원화 사업을 앞두고 당산 할아버지로 모시는 회화나무가 갑작스러운 공사에 놀랄까봐 미리 안부 인사를 한 것이다.

동래구는 국·시비 10억1000만 원을 투입해 보호수인 회화나무 일대 500㎡를 공원화한다고 14일 밝혔다. 회화나무 주변 건물 4개동을 매입하는 데 지금까지 9억1000만 원이 들었다. 동래구는 용산마을 주민 설명회와 디자인 용역을 끝내고 상반기 착공해 오는 8월 완공할 예정이다.

높이 17m에 둘레 3m인 회화나무는 1980년 12월 8일 보호수로 지정됐다. 용산마을 주민들은 당산나무라고 부르며 매년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회화나무를 17년째 관리하고 있는 김 회장은 "음력 1월 14일 제사를 지내왔는데 지난해부터 음력 10월 15일 제사를 지낸다. 당산나무는 우리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다. 이곳에 공원이 들어서면서 당산 할아버지를 더 편하게 모실 수 있게 됐다. 모두 관심을 보여준 덕분"이라며 웃었다.

앞서 동래구는 지난 1월 낙민동의 250년 된 팽나무 주변 237㎡를 공원화해 쉼터로 만들기도 했다. 전광우 동래구청장은 "보호수 공원화 사업을 통해 나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주민들 간 정을 나눌 수 있는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호수는 노목이나 거목 등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다. 자치단체장이나 산림청장이 지정한다. 부산시 보호수 225그루 가운데 4그루가 동래구에 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