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건비도 못건져 농가 울상
- 경남농협 산지물량 140t 폐기

일명 '땡초'로 불리는 청양고추가 외식업 불황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예년 가격의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수급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해 가격이 오를 때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가 예기치 못한 변수로 가격이 내려가면 결국 정부 보조금까지 지원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16일 오후 경남 진주시 금산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청양고추 분류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진주 금산농협은 지난해 이맘때 박스(10㎏)당 11만~12만 원에 거래되던 청양고추 산지 상품 가격이 16일 1만9000~2만 원 선에 거래됐다고 밝혔다. 이는 예년 가격의 6분의 1수준이다. 겨울철 청양고추 박스당 가격은 2015년 3월 14만~15만 원까지 거래되는 등 최근 5년간 10만 원을 웃돌았다.

이같이 청양고추 산지 가격이 폭락한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청탁금지법 등으로 극심한 소비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양고추는 가정용 소비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외식업소에서 소비된다.

또 청양고추가 높은 가격을 형성하자 농민들이 다른 작목 대신 청양고추 농사를 짓는 등 재배 면적을 늘리면서 생산량이 급증했다.

경남은 진주시 금산면과 대곡면, 밀양시 무안면 등을 중심으로 전국 최대의 청양고추 주산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청양고추 농협 출하액 3103억7400만 원 가운데 경남이 1997억3100만 원으로 64.3%를 차지했다.

진주시 금산면에서 20여 년 동안 청양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신오정(54) 씨는 "박스당 청양고추 가격이 4만 원대가 손익분기점"이라며 "2만 원대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인건비 등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농민 시름을 덜기 위해 소비 촉진에 발 벗고 나섰다. 우선 농협 전 임직원들이 '청양고추 1인 1봉지 사기 운동'을 실시한 데 이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기존 가격보다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청양고추 소비촉진 특판 행사'를 열었다.

급기야 청양고추의 수급안정을 위해 폐기 처분까지 했다. 경남농협은 이날 진주 금산농협에서 청양고추 7t을 산지 폐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일까지 진주 밀양 창녕지역에서 모두 140t을 폐기할 계획이다. 산지 폐기는 청양고추의 주산지인 경남에서만 실시된다. 산지 폐기 물량에 대해서는 농림부 보조금과 농협 지원금을 포함해 10㎏당 2만2090원이 지원된다. 이구환 경남농협 본부장은 "청양고추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소비자 참여가 중요한 만큼 평소 식당을 이용할 때 청양고추 소비를 생활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인수 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