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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21> 김해 해반천·가야의거리

해반천 따라 2000년 전 금관가야로 떠나는 시간여행

  • 국제신문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17-03-19 19:51:01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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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지교에서 전하교까지 2㎞ 길
- '가야' 주제 상징물 가득 차 있어
-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뽑히기도

- 생태하천으로 조성된 해반천
- 힐링 위해 주민들 많이 찾아

경남 김해시 도심을 흐르는 해반천은 2000년 전 가야의 숨결과 오늘날 김해의 활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야 시대 대양으로 바닷길을 열었던 해반천 중하류에는 외국의 배가 드나들던 국제무역항이 있었다.
   
가야의거리를 따라 창과 칼자루 등을 형상화한 작품인 '가야의 무기' 조형물이 우뚝 서있다.
해반천을 따라 연지교~경원교~봉황교~전하교를 연결하는 길이 2㎞의 길 '가야의거리'는 가야를 주제로 한 조형물들이 늘어서 있어 걷는 동안 심심할 겨를이 없다. 이 길은 문화관광부가 2007년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종착점인 전하교에 도착한 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려면 가야의거리 대신 해반천을 따라 상류로 향하는 산책길을 권한다. 육지 도시인 김해의 허파 격인 이곳은 생태하천으로 조성돼 있다.

하천을 끼고 도는 동안 철새와 물억새 군락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출발 지점에 도착할 때쯤이면 조깅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왕복으로 거닐면 전체 거리가 4㎞로 1시간 30분~2시간이 소요된다.

■살아있는 가야박물관 '가야의거리'

   
가야의거리는 온갖 가야시대 상징물로 가득 차 있어 평소 몰랐던 가야역사를 배우면서 산책도 겸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이 길의 참맛을 알고 싶다면 빠르게 지나치기보다 느리게 걷기를 권한다. 때마침 김해시도 느리게 걷는 운동을 주도하는 모임인 세계 슬로시티협회 가입을 추진 중이다.

출발지인 연지교 입구에 서면 길 오른쪽으로 '신화의 벽'이 부조 형태로 몸체를 드러낸다. 20m 길이의 이 벽에는 수로왕이 알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 등이 입체적으로 새겨져 있다. 벽 주변에는 바위 9개가 빙 둘러쳐져 있는데, 이 바위는 수로왕 탄생을 지켜본 9촌장을 상징한다.

길을 거닐기 시작하면 바닥에는 허왕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져왔다는 물고기 문양(쌍어)과 파형동기(방패 상징물로 부착되는 청동으로 만든 문양) 무늬의 타일이 들꽃처럼 길을 수놓고 있다.

가야길에는 쭉쭉 뻗은 회화나무 가로수들이 양팔을 벌려 탐방객을 맞이한다. 봄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자 왼편으로 가야시대 토기 등을 전시 중인 국립김해박물관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동행한 조은주 문화해설사는 "박물관 입구에 위치한 20m 높이의 직사각형의 조형탑은 쇠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철의 도시 가야를 상징한다. 건물을 형성하고 있는 검은색 벽면은 철 제련 시 온도를 높이는 연료인 숯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걸음을 옮기며 조 해설사가 가리키는 곳을 주시하니 저 멀리 가야시대 성으로 알려진 분산성과 김해시의 자랑인 천문대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2000년 전 가야의 항구에 닿다

   
경원교 부근에 있는 청동기마인물상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느껴진다.
경원교를 지나자 갑자기 청동 기마부대가 위용을 드러냈다. 기마민족으로 적과 싸우기 위해 말을 타고 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창, 칼자루 등을 형상화한 거대한 모습의 '가야의 무기' 형상물을 지나 봉황교에 도착했다.

봉황교 앞에는 봉황동 유적지와 너른 공간이 있는 가야 포구의 모습이 보였다. 가야 포구는 2000년 전 가야로부터 철기를 수입하기 위해 왜나 중국의 무역선이 드나들던 곳이다. 인도 공주 허황후도 수로왕의 영접을 받으며 이곳으로 배를 타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으니 가야시대 무역선이 도착하고 장이 열리자 물건을 팔기 위해 소리치는 가야인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현재 주변 봉황대 유적지에서는 왕궁터 발굴이 한창인데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철 제련 기구 등이 발견됐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금관가야 왕궁 주변으로 당시 가야의 최대 수출품이었던 철 제련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하류인 전하교까지 가면 해반천 폭이 더욱 커지는데 아래로 쉼 없이 흘러 조만강과 합류한 뒤 서낙동강으로 빠진다.

■경전철과 해반천 조깅코스

   
육지 도시인 김해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해반천 모습.
전하교에서 다시 원래의 상류(연지교)로 가는 코스는 가야의거리 대신, 해반천에 있는 생태하천(둘레길)을 따라 걸어봤다. 현재 폭 10~20m의 해반천은 봄볕을 받아 '콸콸' 소리를 내며 하류를 향해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행인들이 운동복 차림으로, 혹은 평상복 차림으로 봄볕이 가득 찬 해반천을 따라 오르내린다.
해반천 인근 고가도로 위에는 '휙' 소리를 내며 경전철이 달린다. 전동차 두 대를 연결해 달리는 앙증맞은 모습의 경전철은 해반천의 풍경을 구성하는 또 다른 명물이다. 해반천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하천 갈대숲 속에는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청둥오리떼가 먹이 사냥을 하느라 자맥질 중이었다.

해반천 위쪽 가야의거리가 한때 번성했던 옛 가야를 상징한다면 이곳 생태하천은 현재 주민들이 애용하는 생활공간이다. 김해시 김미경 문화관광사업소장은 "해반천은 번성했던 가야의 이야기가 올곧이 숨어있는 공간이자 현대인들이 힐링을 위해 찾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멋진 곳"이라며 "탐방객들은 이곳에서 김해의 속살을 여과 없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변 가볼만한 곳

- 시민 성금으로 제작, 가야시대 토기 모양 '김해시민의 종'
- 20억 원 들여 2009년 건립…신비하고 우아한 소리 특색

   
김해시민의 종 전경.
해반천 주변에 있는 '가야의거리' 중심부에는 거대한 상징조형물이 하늘을 머리에 인 채 우뚝 서 있다. 바로 가야시대 토기를 형상화해 건립된 '김해시민의 종'이다.

가야의거리에서 볼 수 있는 상징물들이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에서 따온 것에 반해, 이 종은 순수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과거와 현재가 적절히 조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종이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은 2009년 11월 시민 성금 20억 원으로 건립됐기 때문이다. 철의 나라로 알려진 금관가야의 번영을 오늘날에 잇고 시민들의 평안과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성금을 기탁한 시민들의 이름도 종각 내부에 새겨져 있다. 이 종은 무게 21t에 지름 2.27m, 높이 3.78m에 달한다.

종각 상부에는 기도하는 손의 형상과 불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종각을 받치고 있는 6개의 기둥은 6개 가야를 상징한다.

또 신묘한 종으로 유명한 '성덕대왕 신종'의 소리를 재현해 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제야의 종 타종과 가야문화축제, 광복절 등 의미 있는 날에는 타종행사가 이뤄져 우아하고 신비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 조강숙 관광과장은 "김해시민의 종은 시민들이 푼푼이 모은 성금으로 세워졌다는 의미가 있다"며 "일반 종루와 달리 김해지역에서 발굴된 가야시대 토기의 형상을 재현했다. 김해를 찾으면 꼭 한 번 들러 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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