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부산대병원도 진상규명 미적

'성추행 누명'을 쓰고 동아대 손현욱(미술학과) 교수가 생을 마감한 가운데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성범죄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수 10명 중 4명이 다시 강단에 서는 게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지난해 3월 미술대학 야외스케치 수업 뒤풀이 자리에서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괴로워하다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아대는 최근 감사를 통해 성추행 사건의 실제 가해자는 손 교수가 아니라 미술학과 C 교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C 교수는 2009년에도 성희롱 혐의로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당시 C 교수는 여학생을 성희롱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동아대는 C 교수에게 경고 처분을 하는 데 그쳤다. C 교수는 또 피해 학생이 나서지 않아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대의 한 재학생은 "당시 강력하게 징계를 하지 않아 제2의 성범죄가 발생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 A교수의 성희롱 의혹(본지 지난 15일 자 9면 보도)에 대한 진상규명도 하세월이다. 부산대병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A 교수는 최근 보직에서 해임되고도 진료를 하고 있다. 징계 결과가 안 나왔는데 진료까지 못 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산대는 아직 병원의 징계 요구가 없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학내 성평등상담센터에 제소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부산대병원이 사건을 은폐·무마하려는 의혹이 강하게 든다. 피해자와 가해 지목자의 분리를 비롯해 필수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 38개 대학에서 총 47명의 교수가 성범죄로 징계를 받았다. 이 중 해임·파면으로 강단에서 퇴출된 사람은 24명(51%)뿐이었다. 사직서를 내 의원 면직된 3명을 제외하면 20명(43%)은 여전히 재직 중이다.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10명 중 4명이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교수의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는 을인 학생이나 시간강사인 탓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면서 "교수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가벼운 징계를 받고 강단에 다시 서는 행태가 되풀이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아 가벼운 징계로는 부족하다. 해임과 파면 등 해임과 파면 등 중징계 중심으로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기 박장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