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이 박 전 대통령의 신병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장은 23일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박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결정 시점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 문제는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총장이 이같은 언급을 한 것을 두고 그가 결단을 내리기 위한 고민에 들어갔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장은 2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했을 당시 개략적인 조사 상황을 틈틈이 보고받으며 대검 수뇌부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만간 특수본의 정식 보고를 받고 1년여 전 자신을 총장에 임명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깊이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책임자는 특수본을 이끄는 이영렬(58·18기) 서울중앙지검장이지만 전직 대통령 수사라는 사안의 특성상 최종 결단은 사실상 총장이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 안팎에선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자격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공범 대부분이 구속된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법 집행의 형평성차원에선 그만 예외로 둘 수는 없다는 논리다. 뇌물수수 등 그가 받는 13가지 혐의도 불구속 기소하기엔 지나치게 무겁다는 논리다.

　하지만 김 총장이 구속영장 청구를 고집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해 재판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영장이 청구되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며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김 총장이 이르면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 주 초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