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 "진학대책 마련해달라"

입학이 어렵기로 소문난 부산 국제중의 3학년 학생들이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대거 전학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2018학년도 고등학교 입시 전형부터 '비교평가'를 폐지한 영향이다.

29일 부산시교육청과 부산국제중 학부모회에 따르면 국제중 3학년 전체 정원 65명 중 20%인 12명이 지난 한 달 동안 일반중으로 전학했다. 현재 남아 있는 학생 상당수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전학을 고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학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내신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중은 2000년 1회 입학생부터 비교내신제 대상이었다. 비교내신제란 매년 9월께 성적 비교가 가능한 준거학교(일반중 3개교)와 특성화중 학생이 국제중과 같은 시험을 치러 내신성적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국제중에는 성적 우수학생이 몰려 있어 내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 비교평가로 내신을 받게 되면 등급이 올라가는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제중 성적 순위가 50등이라도 시험에서 준거학교 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내신등급이 올라가는 것이다.

특혜 논란이 이어지자 부산시교육청은 2015학년도 국제중 신입생부터 비교평가제도를 폐지했다. 학부모로부터 비교평가 폐지 동의서도 받았다.

국제중 학부모회 측은 비교평가제가 없어지면서 다른 일반중과 마찬가지로 하위 20%에 해당하는 학생이 인문계고가 아니라 특성화고를 가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비교평가제가 없어진다는 사실만 알았지 하위 20%가 강제로 특성화고로 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학생이 일반고에 진학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교육청은 비교내신제 폐지를 통해 그동안 특목고와 자사고 '입학 통로'로 악용된 국제중을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일반고 정원이 부족한 부산의 경우 특성화고 진학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미 입학 때부터 충분히 고지된 부분"이라며 "당시 이 같은 이유로 국제중 입학을 포기한 학생도 있는데 이제 와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