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 승객, 기사와 언쟁 도중
- 서로 멱살 잡고 몸싸움하기도

주요 정당의 대통령선거 후보가 결정된 가운데 '지지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SNS의 친구관계를 끊는 '삭제'가 늘고 있다. 정치적 의견 차이가 실제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친구 삭제'를 요청하는 페이스북의 한 게시물. 페이스북 캡쳐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지난 4일 오후 8시께 창원시 의창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은 혐의(폭행)로 승객 심모(57) 씨와 택시기사 구모(6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 씨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정치 뉴스를 들으며 구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자 언성을 높였다. 심 씨는 소주 3병을 마신 만취 상태에서 흥분해 구 씨의 뺨을 한 차례 때렸다. 또 길가에 택시를 세운 구 씨와 서로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정치적 의견 차이에 의한 충돌은 SNS에 '친구 삭제'로 표출되고 있다. A 씨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의 최종 목표는 정권교체다. 이제 정권교체에 방해가 된다 싶은 사람은 모조리 친구 삭제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B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중에 안 볼 사람처럼 물어뜯는 사람이 너무 많다. 앞으로 한 후보만 무조건 옳고 다른 후보는 쓰레기라는 식의 글을 올린 사람은 친구 삭제하겠다"고 썼다. C 씨는 "○○당 내분 일으키는 사람은 자진해서 친구 삭제하라"고 쓰기도 했다. C 씨의 페이스북에는 "그게 스트레스 덜 받는 방법"이라는 응원 메시지가 달렸다.

D 씨도 "OOO후보 지지하지 않습니다. 친삭(친구삭제)하세요"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그에게 친구 한 명이 '친구의 소중한 의견을 지지하는 이가 다르다고 삭제하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댓글을 달았지만 D 씨는 "OOO 후보 지지자의 메시지 폭탄을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E 씨 역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이 너무 많이 올라온다. 나와 의견이 다른 분은 조용히 친삭하길 부탁드린다"라고 썼다.

연세대 김용찬(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SNS 알고리즘이 원래 끼리끼리 모이도록 하는 필터링 기능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선 때문에 친구관계 내에서도 서로 불편한 얘기를 하거나 듣게 된다"며 "친구 삭제는 이를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SNS에 가짜뉴스나 후보를 비하하는 글을 올리다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특정 예비후보와 호남을 비하한 글을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F(60) 씨를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고발했다. F 씨는 지난 1월 28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자신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 7곳에 '○○○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는 가련한 홍어들' '대한민국의 왕따 홍어' '깽깽이' 등의 표현을 사용해 특정 후보와 호남을 비하하거나 모욕한 글을 31차례에 걸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