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9세 지원자도 40%나 급증
- "대학 가도 실업자…수능 포기"

7일 오후 1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공무원학원가. 토요일인 8일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을 하루 앞둔 수험생들의 얼굴에서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중심 상업지역에서 샘솟던 생동감이 이곳에서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지난 6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컵밥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점검을 위해 학원을 찾은 김모(31) 씨는 "유통회사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지난해 '공시생'이 됐다. 준비 기간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올해 꼭 합격해 부모님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30대의 9급 공무원 합격자 비율도 증가세다. 합격자 상당수는 직장을 다니다가 진로를 바꾼 경우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최종합격자 4182명 중 30세 이상은 1238명으로 29.6%를 차지했다.

부산대학교 앞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하는 소진우(30) 씨도 이달까지 일하고 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휴대전화 판매에 뛰어든 지 6년째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일주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11시간 일하는데도 살림살이는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휴대전화 1대를 팔면 그에게 떨어지는 인센티브는 2만 원 정도다. 그동안 인센티브에 따라 들쭉날쭉한 월급에 제대로 된 미래를 설계하지 못했다. 소 씨는 "안정적인 공무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형운전 면허를 따서 운전직 공무원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0대부터 공무원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치른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 22만1853명 가운데 18~19세 지원자는 1955명으로 지난해(1387명)보다 40%나 급증했다. 대학이라는 스펙이 더는 취업에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은 학력이나 스펙에 구애받지 않고 성적으로만 취업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난해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금정구청에서 일하고 있는 한대경(20)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18개월간 노력 끝에 9급 공무원이 된 한 씨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 그는 "20살 때 대학생활을 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