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비 부풀려 7436만 원 챙겨
- 납품업체 대표 등 6명도 검거

총 190억 원이 투입된 부산항 물류정보시스템과 보안강화 사업이 뇌물과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부산항 항만물류정보시스템 구축과 무선주파수인식(RFID) 항만출입체계 개선 사업에 참여하게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공사비를 부풀려 가로챈 혐의(뇌물수수)로 부산항만공사 3급 간부 이모(45) 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이 씨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납품사 대표 신모(43) 씨를 비롯해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 씨는 다른 업체가 부산항만공사에 보안장비를 납품하도록 알선해준 대가로 3000만 원을 챙긴 혐의가 추가로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10년 2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납품계약을 맺은 6명으로부터 20차례에 걸쳐 현금 800만 원과 675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다.

이 씨는 40억 원 상당의 RFID 항만출입 체계 개선사업을 추진하며 2011년 11월께 영상인식 카메라 26대를 납품하기로 한 A사와의 계약을 무단 파기하고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B사가 선정되도록 했다. 이 씨는 또 정상적인 설계변경처럼 꾸미기 위해 가짜 회의록을 만들고 B사에 납품단가를 부풀려 청구하도록 한 뒤 차액 7436만 원을 챙겼다.

RFID 사업은 부산항만공사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와 공동발주 형식으로 동시에 추진했는데 부산항만 영상인식 카메라를 바꿨다. 특히 부산항에서는 화물차와 사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 경비원이 수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경우가 잦았다. 부산항 보안공사가 2013년 4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파악한 부산항 RFID 고장은 최소 276차례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부산항만공사가 2010년 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150억 원가량을 투입해 구축한 부산항 항만물류정보시스템도 기존 해양수산부의 '포트미스 시스템'과 차이가 없고 업데이트도 되지 않아 화주와 선사들이 외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2014년 기준으로 부산항 항만물류정보시스템의 활용률은 예상치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연간 유지·보수비는 7억 원에 달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경찰은 이 씨의 범행에 윗선이 연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부산항만공사가 발주한 다른 사업에서도 유착 의혹이 다수 제기돼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장호정 기자 lihg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