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무료 제공용 물 교체

부산시청사를 비롯한 주요 관공서와 행사장에서 늘 볼 수 있었던 기장해수담수화시설을 통해 생산된 수돗물이 담긴 물병(병입수)이 최근 자취를 감췄다. 어떤 연유일까.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9일부터 해수담수화 병입수 공급을 중단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장군 대변리의 해수담수화플랜트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사정은 다음과 같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2층에는 '방사성 물질분석 감시센터'가 있다.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지척에 있어 방사성 물질이 해수에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자 2015년 7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바닷물을 길러 물속에 삼중수소나 감마핵종(세슘-134, 세슘-137, 요오드-131)이 섞여 있는지를 검사하는 시설이다.

사고는 지난 8일 발생했다. 바닷물을 2층까지 끌어올리는 고무호스가 낡아서 터진 것이다. 새어 나간 바닷물이 1층 전기실로 쏟아졌다.

전기시설이 젖으면서 플랜트 전체 가동이 중단됐다. 복구와 안전성 검사까지 마치고 재가동하려면 최소 2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빨리 복구해 재가동할 수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모든 전기장치를 세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복구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상수도본부는 해수담수화플랜트에서 2주에 한 번꼴로 바닷물을 정수해 수돗물을 생산했다. 또 하루에 1만5000병 정도를 페트병에 담아 부산시민에게 무료로 제공해왔다. 지금은 경남 김해시 대동면 덕산정수장에서 생산된 '순수 365수돗물 병입수(350㎖)'를 공급 중이다.

총 2000여 억 원이 투입돼 2014년 12월 준공된 기장해수담수화 플랜트는 현재 병입수만 생산하고 있다. 애초 부산시는 기장군 5만여 세대에 물 공급을 강행하려다 주민 반발로 무산되자 원하는 가구에만 물을 주는 '선택적 물 공급'으로 선회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