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을 빠져나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경남 양산에 터전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높은 집값이 이 같은 인구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순유출(총유출-총유입) 인구 2만1392명 중 53.7%인 1만1491명이 양산으로 이주했다. 2007년 부산에서 양산으로의 순유출은 2869명에 그쳤으나 2008년 8203명으로 대폭 증가하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에서 양산으로 거주지를 옮긴 순유출 인구는 5만930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유출 인구는 양산 인구(31만7000여 명)의 절반인 15만5000여 명에 달한다.

양산으로 이사한 가장 큰 이유는 부산의 높은 집값이다. 부산시가 통계청 자료(거주지 이전 사유)를 분석한 결과 양산 이주 인구 중 70%인 8033명이 '주택 문제'를 꼽았다. 다음은 가족 관계 15%(1696명)와 직업 10%(1166명) 순이었다. 부산시 정기환 경제기획과장은 "부산의 높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양산으로 빠져나간 인구가 상당수다. 아파트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이 비싼 아파트 가격 탓에 양산 이주를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10만 원대로, 2006년 462만 원과 비교하면 97%나 올랐다. 양산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635만 원으로 부산의 69% 수준이었다. 2008년 개통한 부산도시철도 2호선 양산 구간(호포역~양산역)이 인구 유출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양산에 살면서 도시철도를 이용해 부산으로 출퇴근하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이동이 활발한 부산·양산·김해를 광역생활권으로 묶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강재호(행정학과) 교수는 "서울·경기도처럼 부산도 행정구역의 울타리를 벗어나 양산·김해와 협력해 하나의 생활권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양산·김해와 울산 울주군을 부산중추도시생활권으로 설정하고 연계협력사업을 펼치기 위해 국비 3600만 원을 들여 용역을 진행 중이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