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한 전원 논란…부검 방침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해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50대 남성이 협진기관인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된 지 하루 만에 숨졌다. 경찰은 무연고자인 남성을 무리하게 전원했는지와 전원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수사 중이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지난 22일 사망한 이모(54) 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부산대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12일 부산 동구 수정동 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승용차에 치여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이 씨는 뇌수술을 받고 10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21일 오후 4시께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이 씨는 하루 뒤인 22일 오후 3시56분 숨졌다.

경찰은 부산대병원이 가족이 없는 이 씨를 무연고자를 주로 치료하는 부산의료원으로 무리하게 전원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부산의료원이 부산대병원으로부터 받은 환자정보 조사지에는 전원 이유로 '보호자 부재'가 적혀 있다.

부산대병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원했다는 입장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이 씨는 여러 조치를 받았으나 회생 가능성이 매우 낮아 장기 입원요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 특성상 오래 머무를 수 없어 부산의료원에 장기요양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전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씨는 교통사고 보험 적용을 받는 환자여서 의료비 때문에 전원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며 "우리 의료진은 전원의뢰서에 '보호자 부재로 인해 장기입원 요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적었다"고 말했다.

반면 숨진 이 씨가 가족이 있었다면 쉽게 전원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상태가 위중한데도 2차 기관으로 전원시킨 이유와 이 씨의 사망이 무리한 전원 조치로 인한 것인지 따져보고 있다"며 "교통사고 사망자로는 이례적으로 부검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씨의 진료를 담당했던 부산의료원 박준오 진료과장은 "이 씨는 부산대병원 후송 당시 심정지가 한 번 왔을 만큼 중환자였다. 의료원에 왔을 때도 이미 뇌사판정을 받아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며 "심폐소생술 등 필요한 조치를 했지만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이 씨의 환자진료기록지에는 보호자 부재와 코스트(치료비) 문제라고 적혀 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