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 "공매도 방어" 해명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인 BNK금융지주의 성세환(65·사진) 회장이 170억 원대 자사주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국내 금융지주그룹이 주가를 조작한 첫 사례이자 지주사 회장이 구속된 첫 사건"으로 규정하고 성 회장 외 5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임관혁 부장검사)는 부산은행 거래사를 동원해 BNK금융지주의 주가 시세 조종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위반)로 성 회장과 계열사인 BNK캐피탈 김모(60) 사장을 1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BNK금융지주 박모(57) 부사장과 재무기획부장 김모(52) 씨는 약식기소하고, BNK투자증권 안모(56) 전 대표이사와 이모(46) 영업부장은 정식 재판에 넘겼다. 사법처리가 예상됐던 임직원 20명 가운데 5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나머지는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공소사실을 보면 성 회장은 2015년 11월 25일 계열사 대표들에게 거래처를 동원해 주식을 매수하도록 지시했다. 8일 전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공시 영향으로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BNK금융지주 부사장이던 김 사장은 부산은행과 거래를 하던 기업 명단을 작성해 부산은행 임직원들에게 할당, 주식 매수를 요구하도록 지시했다. 대출 담당 임원과 지점장들도 조직적으로 자사주 매수를 요구했다.

실제로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8일까지 부산은행과 거래하던 46곳에서 자사주 464만5542주(390억 원 상당)를 사들였다. 특히 주가 조종은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기간인 지난해 1월 7~8일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BNK투자증권은 7일과 8일 거래처 14곳의 자금 173억 원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고가 매수나 물량 소진·종가 관여 주문을 제출해 주가 시세를 조종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시세 조종 결과 지난해 1월 7일 8000원이었던 BNK금융지주 주가는 다음 날 8330원으로 뛰어올랐다. 호가 관여율 17.7%로 나타났는데 금융감독원은 보통 호가 관여율이 5%를 넘으면 시세 조종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검사는 "준공공기관인 BNK금융지주가 갑의 위치를 이용해 대출 관계에서 '을'인 기업들을 시세 조종에 동원한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날 "당시 200만 주라는 사상 초유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외국인과 기관들의 부당한 공매도에 맞서 정당한 주식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방어행위를 했다"며 "주가조작을 하려는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송진영 김미희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