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 인프라 갖춘 울산 외면
- "균형발전 득보다 실 많다" 지적

한국의 대표적인 자동차도시인 울산의 미래가 정부의 정치적 논리에 잇따라 휘둘리면서 암울해지고 있다. 전 정부에 이어 새 정부에서도 미래자동차산업을 타 지역에 육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미래자동차산업 육성 도시로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 공장이 있는 울산을 제쳐두고 대구와 광주를 선택했다. 대구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광주는 수소차를 연구하고 생산하는 새로운 자동차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앞선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미래자동차산업 육성 도시로 지정되면 먼저 관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이어 부품 및 실증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이 지원되고 관련 시설들이 대거 설치된다. 어림잡아 당장 2500억 원의 사업비가 책정된다. 나아가 이것이 고용 및 생산활동으로 연결되면서 도시의 미래 주 먹거리가 된다.

울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공장과 부품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또 미래 자동차의 핵심 에너지인 수소와 배터리 생산공장까지 포진해 있다. 수출할 차를 생산현장에서 24시간 연중 곧바로 배에 적재할 수 있는 항구를 갖춘 것도 울산만의 장점이다.

그러나 울산은 두 정부 모두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미래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가장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도 정부로부터 외면받은 것은 정치적 논리에 기인한 지역별 안배 정책 때문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적 논리에 의해 미래산업이 잘못 배분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손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선택한 대구와 광주는 자동차 수출부두가 없는 내륙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울산에선 불필요한 육상 물류비가 소요되는 약점을 갖고 있다. 특히 대구는 자동차산업 관련 인프라가 거의 전무한 곳이다.

이런 곳에 미래자동차산업을 육성할 경우 막대한 의외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반대로 울산은 지금과 같은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시대가 종언을 고하면 자동차 도시란 명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문가와 지역의 우려다.

이에 대해 김기현 울산시장은 "울산은 자동차 부품 및 소재업체가 500여 개에 이르고 이미 그린카기술센터를 설립해 수소차와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고 있다. 이런 곳을 미래자동차 거점기지로 육성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그런데도 균형발전이란 논리로 선택과 집중을 외면하고 묘사떡 나누듯 하는 정부의 산업육성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