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인지 모르겠다" 시민 원성

- 관리주체 달라 부실 부채질

"작품명과 해설이 없다면 녹슬고 망가진 고철인 줄 알겠어요."

	18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에 설치돼 있는 2015 바다미술제 작품들이 관리 소홀로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18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해변공원을 찾은 최지연(여·28) 씨는 네덜란드 작가 코넬 알르투스의 '바다의 메아리'를 보며 말했다. 작품의 소재인 입방체의 도색이 벗겨졌고 와이어는 끊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페인트가 벗겨진 부위에는 붉게 녹이 슬어 있었다. 끊어진 와이어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누군가 옆 와이어에 임시로 묶어둔 상태였다.

부산비엔날레가 주최한 '2015 바다미술제' 출품작 34점 가운데 4점이 다대포해수욕장에 영구 전시되고 있지만 관리가 안돼 작품 훼손이 심각하다. 금속재질의 소재를 사용한 작품을 해풍이 심한 야외에서 1년 6개월 이상 전시하면서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변공원을 흐르는 해수천 한가운데 세워진 조셉 타스나디(헝가리) 작가의 '기억의 지속'은 상태가 심각했다. 한 쌍의 오브제로 구성된 작품은 바닷물에 노출된 탓에 녹이 슬고 따개비가 붙어 있었다. 오브제 중 1개는 지난해 비바람에 크게 기울어졌다가 다시 세워지면서 본래와 다른 재질의 끈을 사용해 부조화스러웠다. 지난해 6월 숨진 부산 출신 손현욱 작가의 '배변의 기술'도 검은 도색이 벗겨지고 녹슬어 위태로웠다.

다대포해수욕장을 자주 찾는다는 전모(27) 씨는 "백사장에 특이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으니 눈길을 끈다"면서도 "최근에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이 다대포까지 연결돼 관광객이 늘었는데 망가진 작품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미영(42) 씨는 "영구 설치를 결정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되는지 안다면 다시는 바다미술제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부실한 관리는 작품을 전시한 부산비엔날레와 다대포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사하구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하구 관계자는 "우리는 해수욕장 관리만 한다. 작품 관리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비엔날레 측은 "소재와 전시 장소의 특성 때문에 작품이 훼손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보수를 하고 바닷가와 떨어진 쪽으로 작품 설치 장소를 바꾸는 문제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