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는 미국식 원시적 로큰롤에 영국식 세련된 감성으로 무장(?)했다. 1964년 빌보드 차트 1위에서부터 5위까지 모두 올랐다. 롤링 스톤즈 등 많은 영국 뮤지션이 브리티시 인베이젼에 가담했다. 197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젼의 강도가 세졌다. 하드 록의 양대 산맥인 딥 퍼플과 레드 제플린 모두 영국 밴드다. 그랜드 펑크가 "We are an American band"를 절규하듯 불렀지만, 뭔가 달렸다. 1980년대 뉴웨이브와 1990년대 브릿팝(BRITish POPular song) 이후 그 범위가 넓어졌다.

영국과 미국 음악 간 경계는 흐릿해졌다. 오아시스, 라디오 헤드, 콜드 플레이 등은 영국다운 사운드를 내지만 국적 구분의 의미가 사라졌다. 미국 토종 비욘세를 제치고 그래미 어워드에서 2016년 최고 앨범상을 받은 아델이나 2017년초 10주 넘게 빌보드 1위를 하던 에드 시런이 영국인임은 희미하다.

미국 흑인음악에서 발원한 원시적 로큰롤을 여유롭게 수용한 영국도 멋졌지만, 침공당하듯 들어온 영국 음악의 신선미를 자유롭게 수용하던 미국도 멋지다. 이제 무찌르듯 파고드는 'invasion'보다 물흐르듯 스며드는 'pervasion'이 어울린다. 미국이 포크나 컨트리웨스턴, 스탠더드팝 등 순종 만 고집했다면 팝은 매력없는 단순 기형이 되었을 것이다. 서로 스며들며 융합된 멋진 잡종(hybrid)이 현대 팝 음악의 진행 중 실체다.  박기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