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법 "주택시장 심히 교란"

금품비리로 얼룩진 부산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계약률을 높이기 위한 속칭 '작전'과 부동산업자를 동원한 '통장 작업'이 벌어졌던 것이 확인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엘시티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50억 원이 넘는 돈을 신탁사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주택법 위반)로 기소된 분양대행업자 최모(51)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최 씨는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과 짜고 2015년 9월 부동산 중개업자를 비롯한 627명에게 엘시티 아파트 청약을 유도했다. 또 청약 저축 최소예치금 1500만 원을 이체해주고 당첨되면 계약금을 대납해주기로 했다. 당첨이 되면 분양권을 매각해 웃돈을 나누기 위한 '통장작업'을 한 것이다.

최 씨는 또 4세대가 당첨되자 1차 계약금 5000만 원을 대납한 혐의(주택법 위반)가 유죄로 인정됐다.

분양권 웃돈 작전에도 불구하고 웃돈이 사라지고 분양권 거래가 침체에 빠지자 두 사람은 127가구의 분양권을 팔지 못해 분양권 대량 매수에 쓴 50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재판부는 엘시티 분양권 프리미엄 형성 '작전'에도 불구하고 분양권 거래가 침체 국면에 들어가자 집단 민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신탁사를 속여 집단민원처리 사업비 명목으로 53억5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역시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또 엘시티 아파트 분양권을 사모아 웃돈이 붙으면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10여 가구의 1차 계약금과 웃돈 명목으로 6억1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주택법 위반 범행은 주택의 공급질서를 심히 교란시켜 주택의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최 씨가 127세대의 분양권을 사들여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것처럼 꾸며 분양계약 체결을 유도한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로 실제 분양계약률이 상승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