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부산광역시교육청·국제신문 기획

다섯 살 순희(여·가명) 곁에는 아무도 없다. 엄마(여·29)는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남편과의 사이에서 순희를 낳고는 연락이 두절됐다. 아빠는 물론 조부모가 누군지 알 길이 없다. 순희는 미혼모 시설에서 지내다가 세 살이던 2015년 부산의 한 어린이 복지시설에 입소했다.

복지시설은 순희의 엄마가 누군지 끊임없이 수소문했다. 엄마는 최근 벌금 미납으로 구치소에 수용됐다가 출소해 현재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엄마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순희를 돌봐줄 여건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순희에게는 화가 많다. 분노조절 장애다. 엄마 없이 영아기를 보낸 탓에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또래 아동과 놀다가 경쟁상황에 놓이면 쉽게 분노한다. 할퀴거나 꼬집는다. 신체적인 공격으로 제 감정을 표현한다. 여럿보다는 혼자 놀기를 즐기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한다. 선생님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머리를 흔들거나 소리를 심하게 지르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순희는 몸도 많이 아프다. 2, 3세 때는 기관지염으로 고생했다.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만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였다. 또래보다 걸음마를 배운 속도가 늦었다. 지금도 하체에 힘이 없어 걸음이 어설프다. 잠잘 때도 갑자기 깨서 놀라는 수면장애도 겪고 있다.

시설은 순희에게 장기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아동행동 평가척도(CBCL) 검사에서 순희는 사회성숙도·동작발달지수·인지발달지수 항목에서 평균 이하 점수를 받았다. 전문상담기관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시설에서는 순희의 치료 비용을 마련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유아 발달 시기에 맞춰 심리 정서적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하는 데 다양한 난관에 부닥칠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 이렇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본지 지난 16일 자에 소개된 민수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길 바라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심리·정서치료비를 지원했습니다. ▶문의 (051)505-3117~8 후원계좌=국민은행 6585 9011 003764 예금주 어린이재단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