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단체, 편의주의행정 지적

부산지역 공공기관의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확보율이 권고안에 미달한다는 지적(본지 지난 2월 21일 자 10면 보도)을 받은 부산시가 오히려 주차면적 등을 대폭 줄인 후퇴안을 내놓아 출산장려 분위기 조성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시 산하 공사·공기업과 각 구·군에 임산부 전용주차구역 설치 기준 개선 사항을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새로 마련된 임산부 주차장 설치 기준은 ▷전체 주차 가능 대수 20~50대 이하면 1면 ▷100대 이하는 2면 ▷100대 초과 땐 2% 이상 확보다. 이전 기준은 ▷20대 이하 1면 ▷50대 이하 2면 ▷100대 이하 3면 ▷100대 초과 땐 3% 이상 확보였다.

시는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1면의 면적도 축소했다. 기존에는 한 면의 크기가 가로 3.3m, 세로 5m였다. 만삭 임산부 등의 승·하차 불편을 덜어주려고 장애인 주차구역과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하지만 새 기준은 가로를 2.3m로 줄여 일반 주차구역과 같게 했다.

시 관계자는 "주차공간이 적은데 임산부·장애인 주차구역을 함께 확보하게 되면 되레 일반 주민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옛 기준으로는 일반 주차면 2곳을 없애야 임산부 주차구역 1곳을 만들 수 있었다면 지금은 일반 주차면에 도색만 하면 돼 확보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부산시 50개 공공기관의 전체 주차면적 2만9099면 중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은 404면으로, 확보율 1.39%였다. 기존 권고안대로라면 임산부 주차구역을 마련한 기관이 16곳이지만, 새 기준 적용 시 25곳으로 늘어난다.

부산여성회 윤서영 사무처장은 "임산부 주차구역 확보 대신 공공기관의 시 권고안 준수율만 올리려는 '꼼수 행정'이다. 임산부 전용주차구역 확보가 어렵다면 건물 입구나 승강기와 가장 가까운 곳을 지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